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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종편들의 선정적인 새터민 모시기

등록 2014-12-24 19:37수정 2015-03-19 11:29

<북한 인사이드 스토리> 화면 갈무리
<북한 인사이드 스토리> 화면 갈무리
김 기자의 미(디어) 수다
“2014년 <조선일보>는 국민 가슴에 잊혀져 가던 통일이란 아젠다를 각인시켰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최근 열린 전직 사우 모임에서 한 말이라고 합니다(<미디어오늘> 12월22일치). <조선>은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에 맞춰 ‘통일이 미래다’ 기획 기사를 연재했고, 8월엔 독일에서 한반도까지 100일 동안 1만5000㎞를 자전거로 달리는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원정대’ 행사도 벌였습니다.

방송은 어땠을까요? <조선>은 <티브이조선>의 대주주이고, 방 사장은 티브이조선 이사회 의장이기도 합니다. 딱 하루만 티브이조선을 봐도, 북한 관련 콘텐츠가 상당히 많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콘텐츠의 ‘질’은 알쏭달쏭합니다.

티브이조선은 시사 프로 <이봉규의 정치옥타곤>(2013년 12월28일치)에서 ‘북한 연예계 실상’을 주제로 진행자와 새터민 출연자가 얘기를 나누다가 “김정은이 먹는 돼지를 키우는 데서 일하는 여자까지도 신체검사를 다 해서 뽑아간다”, “처녀막 검사” 등의 발언을 내보내, 지난 3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법정 제재를 받았습니다. 이때 한 정부 추천 심의위원은 티브이조선 관계자한테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치고 있는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방송인데) 이것(방송 내용)이 통일에 무슨 도움이 되는 이야기냐?”라고 질타했어요. “지난해 ‘5·18 북한군 개입설’ 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뒤에도 종편들은 교훈을 얻은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티브이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
티브이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
사실 다른 종합편성채널(종편)도 비슷합니다. “탈북 여성의 85%가 성병을 갖고 있다”는 발언을 내보낸 <제이티비시>의 <뉴스콘서트>(2013년 5월6일치)는 올해 3월 방심위에서 법정 제재를 받았습니다. 객관적 근거 없이 탈북 여성들의 명예를 훼손했고, 사회통합에 힘써야 하는 방송의 책무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였죠.

종편들은 지상파와 달리 시사·교양뿐 아니라 예능에까지 새터민들을 적극 출연시키는데, 그 자체는 뭐라 할 순 없겠죠. 하지만 안보상업주의에 편승해 냉전적 인식만 확산하는 게 아닌지 살펴봤으면 합니다. 8월 언론진흥재단이 낸 ‘미디어에 나타난 탈북자 연구’ 보고서를 보면, 종편 4사에 대해 “탈북자를 ‘북한을 경험한 사람들’, 정보 제공자로 보면서 남북을 잇는 가교 역할로 다루고 있다”면서도, “(새터민의 잦은 출연은) 시청률 상승을 위한 상업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됐다. 권력층 사생활 등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모습은 자제해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보도와 예능, 정보와 오락 기능을 명확하게 분리하라고도 했고요.

독일에선 방송이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린 큰 힘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지난 9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독일 통일 과정에서 방송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하려고 직접 독일에 다녀왔대요. 이때 허원제 부위원장이 독일 제2공영방송(ZDF)의 랄프 침머만 폰 지파르트(Ralf Zimmermann von Siefart) 뉴스 보도국장과 대담한 내용이 눈에 들어옵니다.

허 부위원장이 “통일 전에 동독을 겨냥한 방송사 차원의 정책이 있었느냐”고 묻자, 독일 방송국 국장은 “당시 폴란드 등 동유럽권에서 발생했던 정치적 격변을 사실대로 보도하는 것만으로도 동독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합니다. 통일 전 동독 주민들은 체제 선전에 치우친 동독 방송보다 사실보도, 비판보도를 중시한 서독 방송을 더 신뢰했다고 하죠. 방송이 상대의 체제를 정확히 알도록 한 게 통일에 보탬이 된 겁니다. 제2공영방송은 동서독의 현실을 비교하는 프로그램을 보수·진보 성향으로 나누어 만들어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우리 종편에도 바래봅니다. 더도 덜도 말고, ‘사실’에 주의를 기울여 주길요.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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