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심의규정 개정안 예고
‘공정성’ ‘재판중 사건 보도 불가’
정치 심의 악용된 조항 그대로
‘공정성’ ‘재판중 사건 보도 불가’
정치 심의 악용된 조항 그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가 지난 3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안예고했다. 오는 23일까지 외부 의견을 수렴한 뒤 전체회의 의결을 거치면 확정된다.
이번 개정안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16조) △재난에 대한 정보 제공과 피해자 인권 보호(24조의 2~4) △품위유지(27조) △광고 효과(46조) △방송언어(51조) 항목 등을 손보는 것이다.
먼저, 시청자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조사의 응답률과 질문 내용을 알리고, 전체 질문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누리집 주소 등을 방송에 고지하도록 했다. 재난방송 부분에서는 방송사가 행정기관 발표가 아니라 직접 취재한 내용을 보도할 때 이를 명확히 밝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피해자 가족이 피해자의 부상·사망, 실종 등의 피해 사실을 알기 전에 방송사가 인적사항을 먼저 공개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재 추상적 표현에 머물러 있는 품위유지 항목은 과도한 고성·고함, 예의에 어긋나는 반말, 욕설 금지 등으로 구체화됐다. 광고효과와 관련해선 반대로 완화했다. 상품·서비스·기업·영업장소 등이 의도적이지 않게 화면의 배경·소품으로 단순 노출되는 걸 허용하고, 시청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선 불가피한 단순 노출도 가능하게 한다. 방송언어 항목에서는 유행어를 허용하는 대신 “한글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된다.
이번 개정안에는 그동안 언론·시민단체에서 “‘정치 심의’에 적극 이용된다”며 문제를 제기해 온 9조 ‘공정성’, 11조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 항목 등이 개정 대상에서 빠졌다. 방심위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11조를 이용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 관련 방송을 한 <제이티비시>의 뉴스 프로그램 <뉴스 큐브 6>(2월18일치)와 <한국방송>의 탐사 프로그램 <추적 60분>(2013년 9월7일치)에 중징계를 내려, “정부에 불리한 방송에만 해당 조항을 적용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11조의 경우 원래 이번 개정안에 포함됐다가 지난달 위원 워크숍을 거치면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항목을 더 구체화할 것인지에 대해 위원 간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방심위 관계자는 “이번 입안예고와 별도로 개정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민감한 항목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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