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이미지를 방송에 사용한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가 법정 제재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는 지난달 27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일베가 제작한 노 전 대통령 이미지를 사용한 <섹션 티브이(TV) 연예통신>(문화방송)과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스비에스)에 대해 각각 ‘경고’와 ‘주의’를 의결했다. 이는 재승인·재허가 심사 때 벌점(경고 2점, 주의 1점)이 부과되는 법정 제재다. 방심위는 두 방송 모두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서 명예훼손 금지, 품위유지 항목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섹션 티브이 연예통신>은 10월12일치 방송에서 배우 차승원과 아들 차노아와 관련한 소식을 전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음영 이미지를 차노아의 친부 이미지로 2~8초씩 3회 가량 노출시켰다. 해당 이미지는 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에 음영 처리를 해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위 사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10월16일치 방송에서 신윤복의 그림 ‘단오풍정’(아래)을 종이 아트로 재현한 작품과 원작을 견주는 부분에서,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삽입돼 변형된 이미지를 약 3초 가량 노출했다.
두 방송사 모두 일베 이미지 관련 방송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문화방송은 지난해 아침 프로그램 <기분 좋은 날>(12월18일치)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합성 사진을 노출시켜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제재를 받았고, 에스비에스는 같은 해 <8시 뉴스>(8월20일치)에서 일본 수산물 방사능 문제를 보도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노출시켜 ‘주의’ 조처를 받은 바 있다.
방심위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김성묵)는 지난달 26일 <한국방송>(KBS)의 <개그콘서트>(11월9일치)가 일베를 상징하는 ‘베충이’ 인형을 등장시킨 데 대해 행정 지도 수준의 ‘권고’ 제재를 내렸다. 방심위는 “한국방송이 논란이 일자 곧바로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하고 누리집에 공식 사과문을 올린 것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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