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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MBC ‘찍어내기 인사’ 몸살…고참PD “회사가 두렵다”

등록 2014-11-10 19:40

언론·시민단체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앞에서 교양제작국 해체 등을 뼈대로 하는 사쪽의 조직개편 움직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언론·시민단체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앞에서 교양제작국 해체 등을 뼈대로 하는 사쪽의 조직개편 움직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아나운서·기자·피디 20~30여명
본업 무관한 사업부서 또 발령
“2012년 부당 전보” 판결 무시
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반발
언론계 “경영진이 갈등만 키워”
최근 <문화방송>(MBC) 사내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라디오국의 한 부장급 피디는 이 글에서 “회사가 참 무섭고 두렵다”며 운을 뗐다. 지난달 27일 조직개편과 그에 따른 31일 인사발령에 대한 이야기다.

이 피디는 경영진을 향해 간곡히 요청했다. “라디오국에 아나운서 후배 2명이 새로 왔다. 발음과 감정의 결이 좋아 피디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다. 회사가 이들의 재능을 활용해 달라.” 이 아나운서들은 이번 인사에 라디오국에 신설된 사업부서로 발령이 났다. 이들은 지난 2012년 파업에 참여한 뒤 아나운서국에서 방출됐다가 사쪽을 상대로 한 가처분신청의 결과를 회사가 받아들여 지난해 겨우 아나운서국으로 돌아는데, 1년여 만에 또 짐을 싼 것이다.

문화방송이 조직개편-인사발령으로 ‘열병’을 앓고 있다. 이들 아나운서뿐 아니라,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만들고 취재·보도를 해야 할 기자·피디 20~30여명이 본래 업무와 연관성이 낮은 곳으로 보내졌다.

사쪽은 상반기에만 275억원 적자가 난 상황에서 경영 위기를 돌파하고 ‘수익성·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처라고 했다. 보도본부 산하에까지 ‘뉴스사업부’를 만드는 등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 부서를 곳곳에 새로 만들었다. 교양제작국을 해체한 뒤 다른 국 소속 부서에 떼어 붙였다.

하지만 인사 내용이나 사전 준비 상태 등으로 미뤄, 사쪽에 밉보인 기자·피디들을 새로운 ‘유배지’로 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노조)는 조만간 ‘전보 발령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를테면 모바일 게임, 문화공연 등 분야에서 수익 사업을 발굴한다는 ‘신사업개발센터’의 경우, 부서원 10명 가운데 부당 인사 의혹이 제기되는 기자·피디가 6명에 이른다. 2012년 파업에 참여해 징계를 받았다가 사쪽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겼거나 보도국 간부와 소송 중인 이들이 대부분이다. 사무실도 인사 발령 뒤 서울 상암동 사옥과 멀리 떨어진 광화문 부근에 급하게 마련됐다.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는 모바일 맞춤형 콘텐츠 웹페이지를 개발한다는 곳인데, 부서원 8명 가운데 5명이 전임 노조 집행부이거나 2012년 파업 참여 뒤 한차례 ‘인사불이익’을 당했던 기자·피디들이다.

이 센터는 인사 발령 첫날 오전엔 사무 공간조차 없어 다른 부서 사무실을 빌려써야 했다. 6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문화방송 대주주) 이사회에서도 “두 곳의 센터와 ‘신매체개발부’ 등 신설 부서들 사이에 업무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화방송은 이번 인사발령 이전에도 2012년 파업에 참여한 기자·피디·아나운서 100여명을 사업부서인 경인지사, 용인드라미아개발단이나 보도전략부, 미래방송연구실 등 신설 비제작부서로 전보를 내 ‘보복 인사’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지난해 인사 대상자들이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소송에서 모두 “인사권이 남용된 부당 전보”라고 판결했다. 사쪽은 지난해 법원 판결마저 무시하고 다시 관련자들을 비제작부서로 ‘찍어내기’ 인사발령을 낸 셈이다.

언론·시민단체, 야당의 비판 성명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언론학자들은 문화방송 공영성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로 영산대 교수(미디어공공성포럼 운영위원장)는 “<에스비에스>(SBS) 같은 민영방송사보다 공공성이 약화되는 것 같다. 상업적 어려움은 일부 이해되지만, 이를 빌미로 노조 활동이나 공공성을 약화시키면, 그 결과는 시청자의 알 권리 약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과거 문화방송의 경쟁력은 구성원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에서 배태되는 창의성, 실험정신에서 나왔다. 지금 경영진은 내부 갈등만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방문진도 6일 이사회에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을 불러다 1시간30분 가량 질타하고, 이번 조직개편 성과에 대해 분기별 보고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사쪽은 안팎의 비판에 대해 ‘정치적 공격’이라며 되받아치고 있다. 사쪽은 7일 ‘사실왜곡과 날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노조인가?’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최근 노조가 허위·날조된 주장을 하고, 편향된 일부 매체들은 정치적인 색을 덧칠해 엠비시 흠집내기에 나서 왔다”며 노조 및 다른 언론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사쪽 관계자는 10일 <한겨레>와의 전화에서 “보도자료에 나온 내용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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