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쪽 이사 ‘개편 내용’ 지적
여쪽 이사 ‘절차’ 문제삼아
백 본부장 “경쟁력 강화”
여쪽 이사 ‘절차’ 문제삼아
백 본부장 “경쟁력 강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여야 이사들이 <문화방송>(MBC)의 최근 조직개편과 사내 인사와 관련해 경영진을 질타했다. 야당 쪽 이사들은 개편안 등의 문제점을 집중 거론했고, 여당 추천인 김문환 이사장은 경영진이 방문진에 사전 보고를 소홀히 한 점을 문제삼았다. 문화방송의 조직개편이 언론계와 정치권의 비판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방문진 이사들까지 비판에 힘을 더한 셈이다.
방문진 이사회는 6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백종문 문화방송 미래전략본부장으로부터 지난달 27, 31일 각각 시행한 조직개편 및 인사발령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방문진은 문화방송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이다. 앞서 문화방송은 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교양제작국 폐지를 뼈대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피디수첩> ‘광우병 편’을 제작한 조능희 피디 등을 비제작부서로 보내 ‘보복인사’ 논란이 일었다. 조직개편과 인사발령 뒤 언론·시민 단체는 규탄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고, 문화방송 사옥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벌였다. 새정치민주연합도 3일 김진욱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으로 경영진 사퇴를 촉구했다.
백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조직개편 등은 방송광고 매출 급감 및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해 방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는 또 외부 비판과 관련해 “외부의 정치권, 시민단체 같은 데서 문화방송 인사에 관여하고 정파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교양국 폐지가 곧 공영성 훼손은 아니며, 회사는 전략에 맞는 인력 배치를 할 권한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야권 추천 이사들은 “개편 목표와 모순되는 인사권 남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동규 이사(야권 추천)는 “10~20년차 기자·피디들을 다른 직종으로 인사 이동시킬 땐 소속 부서장이 미리 당사자와 상의하는 게 그동안의 관례인데 이번엔 부서장조차 모르는 인사가 났다. 이런 인사를 하니 회사가 자꾸 분열되고 지휘부와 구성원 사이에 벽이 쌓인다”고 말했다. 권미혁 이사(〃)는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 수익을 높이겠다고 하면서 유능한 기자·피디들을 제작 현장에서 다 빼면 어떻게 하느냐. 수익성이 낮아 부서를 없앴다고 했는데, 윗사람들 징계 없이 일선 피디들에게만 책임을 지운 게 아니냐”고 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절차상으로 내가 좀 불쾌했다. 방문진이 법에 따라 문화방송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이 있는 만큼, 이런 대대적인 인사나 조직개편을 할 때는 미리 방문진에 언질을 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이사도 “문화방송의 정체성과 연관된 변화인 만큼, 방문진은 물론 회사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했어야 했다”고 거들었다.
방문진 이사진은 이날 회의를 통해 이번 개편으로 인한 공영성 훼손 여부와 수익 성과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개편 성과에 대해 앞으로 분기별로 보고를 받기로 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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