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방문진·EBS)
지난달 공개 의무화 법 개정에도
발언주체 안밝힌 의사록만 공개
KBS는 속기록 비공개 원칙
방문진은 아예 만들지 않기로
입법조사처 “속기록도 공개 대상”
지난달 공개 의무화 법 개정에도
발언주체 안밝힌 의사록만 공개
KBS는 속기록 비공개 원칙
방문진은 아예 만들지 않기로
입법조사처 “속기록도 공개 대상”
지난달 공영방송 이사회의 회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관련 법이 공포됐음에도, 공영방송들이 이사회 회의 공개를 늦추고 ‘반쪽짜리’ 공개 시행 세칙을 내놔 법 취지를 거스른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국회는 지난 5월 공영방송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개정해 이사회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대상은 <한국방송>(KBS), 방송문화진흥회(<문화방송>(MBC) 대주주·이하 방문진), <교육방송>(EBS) 이사회 등이다.
지난달 법이 공포됐는데도 공영방송 쪽은 이달 들어서야 움직였다. 먼저 한국방송 이사회는 지난 1일 회의를 열어 ‘이사회 회의 공개 등에 관한 규칙’을 의결, 확정했다. 이 규칙에 따라, 이사회는 회의 개최 이틀 전까지 한국방송 누리집을 통해 일시·장소·안건 등을 공지하고, 회의도 공개하기로 했다. 다만, 방청 희망자들은 회의 하루 전까지 신청서를 제출해 이사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방청은 회의 장소 바깥에 따로 방청실을 마련해 시청각 설비를 통해 보는 방식이다.
의사록 및 속기록과 관련해선, 모두 작성하지만 의사록만 온라인을 통해 의무 공개하기로 했다. 의사록에는 안건, 주요 발언, 찬반 의견 등이 포함될 뿐이며, 발언 주체도 기록되지 않는다. 속기록 공개 관련 규칙은 없다. 이사회 사무국 관계자는 “속기록은 원칙적으로 비공개다. 외부에서 공개 요청이 들어오면 이사진이 공개 여부와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오는 29일 정기 이사회부터 적용된다.
문화방송 관리·감독기구인 방문진은 지난 7일 회의에서 ‘회의 공개 등에 관한 시행세칙’을 의결했다. 지난 16일 이사회부터 방청을 허용했다. 한국방송 이사회 공개 방식과 대부분 겹치지만, 속기록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해 방문진의 공개 수준이 더 낮다. 방문진은 원래 속기록을 만들어왔음에도, 법이 개정되자 ‘속기록이 존재하면 공개해야 하니까 아예 만들지 말자’는 일부 이사들의 주장이 관철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방송 이사회는 세 기관 중 가장 먼저 회의 공개 틀을 마련해, 지난달 18일 회의부터 방청을 허용했다. 다만, 속기록 공개에 대한 이사진 의견이 엇갈려 시행 세칙은 계속 논의 중이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방송 이사회 한 관계자는 “한국방송이 (속기록) 비공개 원칙을 세우는 등의 조치를 취하니 교육방송도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과 방문진의 공개 수준이 낮은 탓에, 교육방송만 다 공개하기는 ‘눈치’가 보인다는 의미다.
이사회 회의 공개 법 조항이 만들어진 계기를 제공한 곳이 바로 방문진이다. 방문진이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국회도 무시하는 ‘밀실’ 운영 행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이들의 운영 투명성을 높이고 시청자 감시 통로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마련됐다. 방문진의 ‘속기록 공개 거부’ 등이 법 개정의 취지에 거스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공영방송 이사회 공개와 관련해 “속기록도 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입법조사처는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요청한 법률 검토에 대한 답변서에서 “한국방송과 교육방송, 방문진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의 행정정보의 공표 대상이 되는 공공기관이므로, 속기록이 현존하고,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법에 방송사의 영업 비밀을 보장할 수 있도록 예외 항목을 만들어놨는데도, 각 기관의 시행 규칙들을 보면 ‘공개를 위한 방안’이 아닌 ‘공개 회피를 위한 방안’으로 보일 정도로 소극적이다. 이사회가 앞으로 공개대상에서 자체적으로 제외한 ‘간담회’ 형식으로 주요 사항을 논의하며 밀실 운영을 이어갈 것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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