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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과 여신도’ 보도가 인권침해 고발이라고?

등록 2014-10-17 14:06수정 2014-10-17 14:14

티브이조선 보도 화면 갈무리.
티브이조선 보도 화면 갈무리.
TV조선, 사생활 들추기 보도 편드는 함귀용 위원
‘부천 성고문 사건’ 언급하며 인권보도로 추켜올려
“성적인 부분이 수치스러울 수 있죠. 하지만 권인숙 씨 사건 같은 걸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질 수 있겠습니까.”

16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19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에서 함귀용 심의위원이 <티브이조선>의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 도피 조력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 관련 보도를 두고 한 말이다.

티브이조선은 지난 5월27~28일, 30일 간판 뉴스에서 당시 유병언 전 회장을 쫓고 있던 검찰의 입을 빌려 유 전 회장의 주변 여성 신상 및 이 여성과 유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방심위는 이날 이런 티브이조선 보도에 대한 제재 여부를 심의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19조 사생활 보호, 20조 명예훼손 금지, 21조 인권 보호, 27조 품위 유지, 35조 성표현 항목 위반을 근거로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는 방송사업자가 재허가·재승인을 받을 때 벌점 1점이 감점되는 법정 제재다.

이 보도와 관련해 전체회의서 유독 다른 의견을 펼친 위원이 둘 있었다. 지난 5월 청와대 추천으로 선임됐을 때부터 논란이 컸던 뉴라이트 성향 박효종 위원장과 공안검사 출신 함귀용 위원이 그들이다. 둘만 ‘문제 없음’ 의견을 냈다.

함 위원은 더 나아가 1980년대 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언급하며 티브이 조선 보도를 공권력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는 인권보도로 추어올렸다. 함 위원은 “(두 사람 사이의) 성관계 실시 여부 검사까지 하는 건 당시 아무리 사회적 여론이 ‘유병언 잡아라’는 독촉이 있었더라도 검찰이 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본다. 수사기관이 오바한 거다. 수사기관이 아무리 강도 높은 수사를 한다해도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검사까지는 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기자는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보도가) 선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팩트에 기반한 걸로 봤기 때문에 오히려 알려야 할 보도라고 생각했다”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검찰의 여성 조력자 등에 대한 디엔에이 검사 사실을 담은 티브이조선 보도에 대해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이란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또 “(부천 성고문 사건 피해자) 권인숙 씨 사건 같은 걸 보도하지 않으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질 수 있겠나. (티브이조선 보도가) 선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인권 고발 하는 사례로 봐도 된다고 생각한다. 방심위가 이걸 선정적이라고 보도할 수 없게 한다면 기자들이 앞으로 이런 보도를 어떻게 마음놓고 하겠나. 이건(티브이조선 보도는) 팩트에 입각한 보도이기 때문에 다소 선정적 표현 들어가도 문제 없다고 본다”고 했다.

티브이조선 누리집 갈무리.
티브이조선 누리집 갈무리.
5공화국 말인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때, 언론은 이 사실을 알고도 쓸 수가 없었다. 권력이 철저히 언론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제를 뚫고 보도가 되더라도, 해당 언론인을 기다리는 건 고문과 수갑이었다. 홍성우 변호사 인터뷰를 보면, 이 사건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건 인권변호사 몇에게서 이 사실을 전해들은 김수환 추기경이 권씨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였다. 신문에 1단 기사가 조그맣게 실리면서, 소문이 사실의 영역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전체회의가 끝난 뒤 기자는 티브이조선 보도들을 다시 찾아봤다. 다시 뜯어봐도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는 인권 보도로 보기 어려웠다. 보도 중간에 남성이 여성의 어깨를 두드리는 장면을 일부러 ‘재연’해 넣는 등 팩트(사실) 이상의 선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30대 여인…‘교주와 신도 이상의 관계’” 등 자막도 마찬가지다. 검찰 수사 비판을 찾기 힘들고, 둘 사이의 궁금증만 부추기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기사를 부천서 성고문 보도와 같은 반열에서 본 것이다.

두 위원을 제외한 다른 여·야 추천 위원들 생각은 비슷했다. 언론학자인 윤석민 위원(청와대 추천)은 “(티브이조선 제작진이 의견 진술을 통해) 보도 의도를 어떻게 설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리포트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만약 적극적으로 경찰 과잉 수사 비판 의지가 있었다면 그런 식으로 꼭지를 프레이밍 하면서 뉴스를 가져갈 수 있었는데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런 의도가 있어서 보도에 드러났다면 오히려 검찰 보도 비판하는 기사니까 좋은 보도가 됐겠지만, 뉴스 자체만 본다면 오히려 선정적인 부분이 도리어 피해자들에게 보도 자체가 인권 침해하는 요소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다”며 ‘주의’ 의견을 냈다. 여당 추천인 하남신 위원도 “보도 당사자인 여성의 입장에서 이 보도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생각해봤다. 검찰이 자신에 대한 과잉수사를 했다는 걸 알린 정의감 있는 보도로서 고맙게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여성으로서 수치스럽고 (언론이) 보도하지 않아도 될 내용을 한 걸로 받아들였을까. 또, 다른 방송 매체에선 이런 걸 주제로 다루지 않은 이유는 분명 사생활 보호라는 데 방점을 뒀기 때문일 것”이라며 ‘주의’ 의견을 냈다.

박효종 위원장만 “솔직하게 보도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나 싶다”며 함 위원과 같이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함 위원의 특정 종편 감싸기는 처음이 아니다. 티브이조선의 아침 뉴스 프로그램 <김광일의 신통방통> 제작진이 지난 1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 의견 진술을 하러 출석했을 때 일이다. 해당 방송에서 “북한 노동신문이 세월호 희생자 추모 시위에 참석한 우리나라 온라인 커뮤니티 ‘엄마의 노란 손수건’ 사진을 실었다”는 잘못된 사실을 전해서 심의 대상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함 위원은 티브이조선 제작진을 향해 큰 소리로 호통을 쳤는데, 그 이유가 황당했다. 티브이조선이 서면 의견진술서에는 해명을 잘 했는데, 이날 야쪽 추천 위원의 질문에는 답변을 제대로 못한다는 거다. 함 위원이 호통을 통해 티브이조선 제작진이 해명해야 할 말을 대신 해주는 진귀한 광경이 연출됐다. 함 위원은 또 “출연한 티브이조선 기자를 개인적으로 안다. 북한 문제에 정통하다”면서 기자가 아니라 진행자가 실수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티브이조선 방송에 대해선 법정 제재가 아닌 행정 지도 차원의 ‘권고’ 조치가 내려졌다.

공안검사 출신이자 “방송의 좌편향이 심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온 함귀용 변호사가 청와대 추천 몫으로 방심위원에 내정됐을 때부터, 언론·시민사회계에서는 우려가 많았다. 정권의 대리인을 자처해 언론 장악에 일조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법조인으로서 지닌 법률 지식이 심의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함 위원의 위 같은 발언들을 보면,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방심위원은 방송 보도가 공공성·공익성을 우선시하며 저널리즘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약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았는지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번 전체회의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문제 보도에 대해선 가차 없이 제재 의견을 낸 것처럼, 위원들 간 토론·합의를 중시하겠다는 방심위의 약속이 지켜지길 바랄 뿐이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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