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한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주인공(장혁)이 댕기머리 샴푸를 쓰는 장면(위)과 <더킹투하츠>에서 왕세자(이승기)가 던킨 도너츠를 내보이는 장면. 이들 제품은 모두 간접광고에 따라 드라마에 노출된 것이다.
방송사, 간접광고·협찬을 ‘패키지’로 계약
계약서에 간접광고 조건으로 협찬 제공
구체적 횟수·방법 명시…광고매출액은 적게 신고
계약서에 간접광고 조건으로 협찬 제공
구체적 횟수·방법 명시…광고매출액은 적게 신고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협찬과 간접광고(PPL)를 ‘패키지’로 묶어 계약함에 따라, 방송광고 투명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행법에서 간접광고는 미디어렙을 통해 판매해야 하며, 직거래가 가능한 협찬의 경우엔 프로그램 안에서 협찬주 명칭을 노출하는 등 광고 효과를 내지 말아야 한다.
1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한 드라마 제작사와 협찬 대행사의 ‘협찬 계약서’를 보면, 전체 협찬비 2억원 가운데 1억3000만원은 협찬비이고 나머지 7000만원은 간접광고로 분배하도록 돼있다. 해당 드라마는 지난 2012년 <한국방송>(KBS)에서 주중 밤 시간대에 방송됐다.
계약서에는 구체적 광고 횟수와 방법이 명시돼 있다. 협찬사는 자사의 주력 제품을 드라마 안에서 단순노출 3회, 관련 에피소드 2회로 총 5회 간접광고 형식으로 노출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협찬비를 제공한다고 했다. 노출 방법으로는, 협찬사의 제품 광고 모델(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등장할 때 해당 제품을 진열하도록 했다. 이 주인공의 단독 장면에서는 경쟁 브랜드 제품을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내용도 함께 담겨 있다.
이 같은 ‘패키지’ 계약은 협찬과 관련한 규제를 무력화한다. 법령상 협찬은 협찬사의 회사 및 상품 이름을 프로그램 마지막에 자막(‘협찬고지’)으로 알리도록 했으나, 이 같은 계약을 통해 협찬고지와 프로그램 내 노출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제작사는 협찬 비용 1억3000만원을 협찬사로부터 직접 받게 되며, 간접광고에 해당하는 7000만원에 대해서만 코바코에 광고판매대행 수수료를 지불하면 된다. 이렇게 광고매출을 줄여 신고하면 ‘방송광고매출액’을 기준으로 정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도 줄어들게 된다.
이와 관련, 방송광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협찬과 간접광고를 통합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민희 의원은 “일단 방통위가 협찬 실태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이를 토대로 경비 협찬을 간접광고에 포함시켜 법 제도 적용을 받도록 하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최근 <한국방송>(KBS)에서 방송된 한 드라마의 제작사와 협찬 대행사 사이에 체결된 ‘협찬 계약서’의 일부. 드라마에 5회 간접광고(단순노출 3회, 관련 에피소드 2회)를 내보내는 것을 조건으로 협찬비를 제공하도록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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