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티브이(IPTV)의 주문형 비디오 구매 화면.
영화·지상파콘텐츠 구매 ‘일상화’
IPTV·케이블 7곳 3년 매출 1조원
방송광고와 달리 어떤 규제도 없어
방통위 손놓고 있어선 안돼
방송 재투자 선순환 이끌어야
IPTV·케이블 7곳 3년 매출 1조원
방송광고와 달리 어떤 규제도 없어
방통위 손놓고 있어선 안돼
방송 재투자 선순환 이끌어야
#1. 직장인 정연철(37)씨는 주말에 티브이를 몰아본다. 인터넷티브이(IPTV)를 통해 최신 드라마와 영화까지 주문형비디오(VOD)를 통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버스 요금도 안 되는 값에 미뤄둔 드라마를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달에 5000원 정도를 브이오디 값으로 지불한다.
#2. 브이오디 서비스를 이용하는 김영경(26)씨는 광고가 불만이다. 광고에는 빨리 넘기기 기능도 없어 억지로 봐야 한다. 김씨는 “돈을 내고 보는 유료 서비스인데 왜 광고를 붙이나. 예전엔 광고가 한 꼭지라 참았는데 요즘은 2~3개로 늘었다”고 했다.
주문형비디오 보급으로 시청자들의 텔레비전 보는 습관이 바뀌고 있다. 요즘은 스마트 기기에서도 시청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영상물을 볼 수 있다. 브이오디 시장도 커졌다.
9일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브이오디 서비스 기업 7곳이 지난 2011년부터 2014년 6월까지 브이오디로 벌어들인 매출은 모두 1조1464억원에 이르렀다.
최 의원의 자료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인터넷티브이 3사(케이티, 에스케이 브로드밴드, 엘지 유플러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4사(티브로드, 씨제이헬로비전, 씨앤앰, 현대에이치씨엔)로부터 받아 분석한 것이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2011년 1920억원에서 2013년 4084억원으로 2년 동안 2배 이상(112.7%) 늘어났다. 올해는 연말까지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가입자는 1510만명에서 1984만명으로 31.4% 늘었다. 매출 증가세가 더 가파른 셈이다.
브이오디로 가장 많이 보는 콘텐츠는 영화와 지상파였다. 영화가 4741억원(41.3%)으로 1위였고, 다음으로 지상파 콘텐츠가 3823억원(33.3%)이었다. 최 의원은 “브이오디 관련 산업의 급속한 성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며 “앞으로 방송환경이 급변할 것인 만큼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 의원의 지적대로 브이오디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반면, 시청자 주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는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광고다. 현행 방송광고는 방송법에 의해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60분짜리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보면, 시작 타이틀과 본방송 시작 사이에 나가는 프로그램 광고는 6분(방송시간 10%) 이내이고, 다른 형태의 광고를 더해도 최대 10분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브이오디 광고는 법률상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인터넷 기반 서비스이기 때문에 ‘방송 광고’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아이피 티브이 출범시 만든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에는 아예 브이오디 광고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 브이오디 광고를 무분별하게 늘려도 제재할 수 없는 것이다. 최 의원 자료에도, 브이오디 광고로 회사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2011년 142억원에서 2013년 390억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방통위가 지난 8월 발표한 ‘제3기 방통위 주요 정책과제’에는 “공정경쟁, 이용자 보호, 광고심의 규정을 만들 ‘스마트 미디어 광고 기본법’의 제정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규제완화가 국정 과제인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규제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온다. 방통위는 최근 지상파 광고 총량제를 도입해 광고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정책 과제를 내놓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광고시장을 살려야한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 거기에 거스르는 정책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이종관 정책연구실장은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인만큼 지나친 간섭과 규제는 불필요하지만, 광고 등으로 인한 시청자 주권 침해 부분에 대해선 논란이 예상된다. 브이오디 시장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브이오디 서비스로 창출되는 부가 다른 부분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방송에 재투자 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러한 ‘선순환 구조’ 정착을 위한 규제기관의 구실을 강조했다.
이정국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