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은 지난 6월11일 문창극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발언에 대해 보도했고, 방심위는 이에 대한 징계에 나섰다. 사진은 방송화면 갈무리.
‘방심위 3기 100일’도 정치심의 오명
뉴라이트·공안검사 출신 등 여권위원
다이빙벨·문창극 보도 중징계 주장
정권 유불리 따라 다수결 밀어붙여
‘방심위 편파제재’ 법원서 잇단 철퇴
‘방심위는 갈등 진원지’ 해체론 높아
제도적 개선 위한 법 개정 추진도
뉴라이트·공안검사 출신 등 여권위원
다이빙벨·문창극 보도 중징계 주장
정권 유불리 따라 다수결 밀어붙여
‘방심위 편파제재’ 법원서 잇단 철퇴
‘방심위는 갈등 진원지’ 해체론 높아
제도적 개선 위한 법 개정 추진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3기 체제가 지난 6월 출범했으니 100여일이 지났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출범한 1기 때부터 불붙은 정치심의 논란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다. 합의제 정신 실현이나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3기 방심위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3기 방심위 위원장으로 대선캠프 출신이자 뉴라이트 성향의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를 내정하고, 공안 검사 출신인 함귀용 변호사를 위원으로 추천하면서 언론계의 반발을 ‘자초’했다. 6월 취임식은 이들의 취임을 반대하는 언론·시민단체들의 시위와 함께 열렸다.
실제 3기 방심위는 8월 <제이티비시>(JTBC)의 다이빙벨 보도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으며, 다음달에는 이에 대한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한국방송>(KBS)의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교회 발언 보도에 대해서도 막판까지 중징계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당 추천 위원들은 “종편은 아직 성장 단계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종편 봐주기’ 논리를 펴기도 했다. 요컨대 다이빙벨같이 정부에 불리한 보도는 중징계하면서, 야당 등을 무리하게 비난하는 보도는 봐줄 것이라는 ‘편파 심의’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이에 방심위 해체론까지 나올 정도로 비판이 고조되자, 방심위 기능의 ‘회복’을 요구하는 언론계의 목소리가 커졌다. 박건식 한국피디연합회장은 “방심위는 행정기구에다 준사법기구적 성격도 갖추고 있다. 갈등 조정이 사법기구의 주된 역할이라면, 방심위는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갈등의 진원지가 되어왔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방심위 입장에서도 자신의 제재 결정(행정처분 기관은 방통위)이 잇달아 법원에서 파기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월 한국방송이 ‘추적 60분-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에 대한 방통위의 중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미 5월에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한 방통위의 제재를 취소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언론미디어학과)는 “방심위 심의는 ‘자의적’ 잣대가 문제다. 법원이 취재의 충실성,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 진실성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방심위원들이 그런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언론계에선 방심위가 지난달 4일 한국방송의 문창극 보도를 심의한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방심위는 4시간30분이 넘는 격론 끝에 청와대·여당 추천 위원 6명과 야당 추천 위원 3명이 전원 합의로 ‘권고’ 결정을 내렸다. 앞선 소위의 중징계 의견에서 물러난 것이다.
당시 여권 쪽 위원들은 중징계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박효종 위원장은 회의 말미에 “노력해도 합의가 되지 않을 때는, 합리적 불일치도 하나의 방법”이라면서 법정 제재 결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애초 ‘문제 없다’고 주장하던 야권 위원들이 경징계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양쪽이 한 걸음씩 물러서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 뒤 청와대 추천의 윤석민 위원은 “오늘이 방심위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동안 각자 추천권자의 정치적 이익을 대리하는 ‘자판기 심의’에 몰두했던 것에서 벗어나 합의제 기구의 정신을 살렸다는 평가이다.
지금의 제도틀 안에서 합의제 정신을 살리려 노력하는 것과 함께 제도적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심위 심의가 정권 유지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정부 정책·사업 등에 대한 비판 보도는 심의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유승희 의원은 “대법원의 ‘김미화의 여러분’ 판결 등을 검토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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