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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속보 경쟁에 치우쳐 현장기자에 무리한 요구 말아야”

등록 2014-09-16 20:19수정 2014-09-16 21:37

‘재난보도준칙’ 첫 제정
언론 15개단체 선포식 가져
“간부들 재난보도 교육 필요”
재난보도의 정확성, 피해자 인권 보호 등을 강조하는 언론인들의 보도준칙이 제정됐다. 이전에도 준칙 제정의 시도가 있었지만, 완성된 조문은 이번에 처음으로 나왔다. 비윤리적·선정적 보도, 비판·검증 없는 보도로 큰 지탄을 받았던 ‘세월호 보도 참사’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한국신문협회·방송협회·기자협회 등 언론단체 5곳은 16일 ‘언론단체 제정 재난보도준칙 선포식’을 열어 재난보도준칙 최종안을 공개했다. 선포식에는 재난보도준칙 제정을 이끈 단체 5곳 외에도 방송기자연합회·한국사진기자협회·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단체 10곳이 동참해 준칙 준수 의사를 밝혔다.

준칙은 전문과 세 장, 부칙으로 구성됐으며 조문은 44개다. 조문은 언론의 구실 가운데 방재·복구 기능을 강조하고, 재난 상황에서는 보도의 신속성보다 정확성에 우선가치를 두는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는 △속보 경쟁에 매몰되지 않도록 각 언론사 대표들이 ‘현장취재협의체’를 운영하고 △피해자와 주변인들의 명예,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하지 않으며 △재난보도 교재를 제작하고 사전 교육, 사후 점검을 실시할 것 등을 명시했다. 준칙이 적용되는 재난 상황으로는 자연재난, 질병 창궐뿐 아니라 화재·붕괴·환경오염 등 인적 재난과 전기·통신 등 국가기반체계 마비·테러 상황을 포함했다. 전쟁이나 국방 분야는 제외됐다.

또 이들은 정부와 재난관리 당국에 △정확·신속한 정보 공개 및 취재 제한의 최소화 △현장취재협의체의 요구 존중 △‘재난 상황 언론브리핑 매뉴얼’ 제작·발표 등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재난보도준칙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재난관리 당국의 협조가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일선 기자들과 언론학계는 준칙 제정을 반기면서도 “제대로 된 재난보도가 이뤄지려면,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준칙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언론사별 후속 실천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필모 <한국방송>(KBS) 보도위원(<미디어 인사이드> 앵커)은 “비인간적 보도는 간부들이 강압적으로 지시를 내려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준칙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회사마다 간부들을 포함한 실질적인 재난보도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또 준칙을 어긴 보도에 대한 사후 점검과 제재도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간지 부장급 기자는 “젊은 현장기자들이 준칙을 근거로 데스크에게 지속적으로 준칙 준수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연 선문대 교수도 “기자들이 기존 윤리강령만 제대로 지켜도 되는데, 그게 어려워 재난보도 상황에서 구체적인 준칙을 만들게 된 것”이라며 “준칙으로 전체적인 틀을 제공했으니 각 회사들이 자기 실정, 매체 실정에 맞춰 구체적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매체의 무분별한 ‘어뷰징’ 기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파급력 등을 고려한 준칙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준칙 준수에 동참 의사를 밝힌 인터넷기자협회 김철관 회장은 “온라인 언론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동참하기로 했다”며 “애초 준칙 제정 과정에 온라인 매체 쪽도 참여해 준칙에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반영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 온라인 콘텐츠 부문에서의 보완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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