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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종북 매도’가 표현의 자유라는 조선일보

등록 2014-08-21 20:21수정 2014-08-21 21:00

<조선일보> 2012년 3월26일치 6면
<조선일보> 2012년 3월26일치 6면
언론전문가가 본 ‘종북몰이 보도’
서울고법은 지난 8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심재환 변호사 부부를 명확한 근거 없이 ‘종북·주사파’로 표현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 <뉴데일리> 등 언론사에게 위자료 500만~15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 이후 조선 지면에는 잇달아 판결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변 대표는 2012년 3월 자신의 트위터에 “이정희는 (경기동부연합) 얼굴 마담” “종북 주사파의 조직 특성상, 이정희에게는 판단할 권리조차 없다. 조직에서 시키는대로 따라하는 거다” 등 이 대표 부부를 ‘종북 주사파’라고 규정했다. 당시 조선은 이 트위터 발언을 인용하며 “‘경기동부 브레인은 이정희 남편’”이란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변 대표의 주장과 별도로,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심 변호사는 경기동부연합 소속이 아니라 북한에 더 우호적 입장인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연대’와 가까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트위터 글에 대해 “종북이란 용어는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으로서 주사파와 같은 계열에 둘 수 있고, 남북이 대치하며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치명적인 의미를 갖는다”며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변 대표의 주장을 인용 보도한 언론들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타인의 말을 보도할 때는 그것이 진실인지 조사할 의무가 있는데 이런 의무를 다했다는 근거가 없다”고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선 기사 가운데 특히 심 변호사와 ‘6·15 실천연대’의 연계를 언급한 부분을 지목했다. 타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보도를 하면서 저널리즘의 기본인 사실확인 의무를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무분별한 ‘종북 매도’에 대한 법원의 최근 다른 판단들과도 궤를 같이 한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도 전교조 지도부를 종북 세력으로 매도한 보수단체에 대해 명예훼손을 인정하며 200만원 배상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가) 국가보안법으로 엄하게 처벌되는 실정을 감안하면 종북세력이 아닌 개인이나 단체가 ‘종북세력’으로 지칭되는 경우, 그 개인이나 단체에 주어질 사회적 평가가 객관적으로 침해된다”고 설명했다.

법원 ‘사실확인’ 따졌는데
조선 판결 요지 비틀어
‘의혹제기 봉쇄’로 몰아가

“찬양고무죄에 해당되는 종북
범죄 진위와 관련…마구 못써”

“마녀사냥하듯 확대적용 경계
진실이라 할 만한 근거 있어야”

“특정지역 비하 용어 안되듯
종북표현 보편적 가치 아냐”

<조선일보> 11일치 1면
<조선일보> 11일치 1면

조선은 지난 11일 1·3면을 할애해 서울고법 판결을 반박했다. 1면에선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 심판이 진행중인 상황서 재판부가 사회적 공론을 무시한 채 종북 의혹제기를 무조건 위법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3면 ‘통진당을 종북으로 규정한 정부도 명예훼손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정치인에 대한 검증·비판은 국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친일파나 반민족주의자라는 말도 똑같이 명예훼손이라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12일엔 기자 칼럼과 기사를 통해 법원 판결을 문제삼았다. 종북이라는 표현은 널리 사용하는 수사적 표현인데 이를 벌하는 것은 표현 및 언론 자유의 제약이라는 것이다. 기자 칼럼에선 “화성에서 온 판결”이라는 조롱 섞인 표현까지 사용했다.

11일치 3면
11일치 3면

언론 전문가들은 먼저 조선이 법원의 판결 요지를 비틀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원이 종북 의혹 제기 자체를 문제삼은 게 아니라 충분히 사실 확인을 했느냐고 따지고 있음에도 마치 법원이 의혹 제기를 원천봉쇄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법원이 종북이란 표현을 쓸 수 없다고 본 것이 아니라, 마녀사냥하듯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판단의 과정을 무시하고 언론이라는 이유로 전부 용인이 된다면 그 자체가 언론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진실성과 공익성 차원에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번에 변 대표 등은 이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진실이라고 할 만한 이유가 없는 보도를 보호해야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12일치 4면
12일치 4면

조선이 법원을 비판하면서 주장하는 게 ‘표현과 언론의 자유’다. 종북세력이란 용어를 친일파, 반민족주의자란 수사와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표현의 자유를 적극 옹호해온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밝혔다. “현행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종북은 찬양고무죄에 해당된다. 범죄 행위로 볼 수 있다. 누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의 진위와 관련 된다. 이를 무제한 인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없다.” 그는 “조선은 종북이라는 표현이 사실의 적시가 아닌 견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죄는 폐지되어야 하는 게 맞다. 조선 주장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종북이라는 용어는 확장성이 커 이념적 공격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도 신중하게 사용하자는 취지다”고 밝혔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특정 지역 출신을 비하하는 용어가 용인돼선 안되는 것처럼 ‘종북’이란 표현도 사회 구성원들이 받아들이는 보편적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자는 것은 언론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선이 지난해 11월25일 내보낸 사설 제목은 ‘정의 구현이 아니라 종북 구현 사제단인가’이다. 조선은 사설에서 “박창신 원로 신부가 연평도 포격을 정당한 것이라고 했다.(중략) 이제는 이들은 종북 구현 사제단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썼다. 이런 수사를 표현의 자유로 무제한 용인할 수 없다는 게 언론과 법 전문가들의 포괄적 인식이다.

김효실 이정국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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