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올해 4월8일 제3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출범했다. 새 방통위는 그동안 워크숍 등을 열어 방송의 공공성, 공정성 강화를 비롯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신뢰도 회복 방안 등을 토의했다고 한다. 새 방통위가 출범과 함께 방심위를 바꾸려 고민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방심위는 그동안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 상식 밖의 중징계를 내려 언론학계와 시민단체들로부터 “정권의 안위만을 지키려는 방심위를 해체하라”는 쓴 소리를 들어왔다.
박근혜 정부의 방송정책은 방송을 철저히 정권유지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가 그 첨병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에는 중징계를 내려왔다. 손석희 <제이티비시(JTBC)> 사장이 진행하는 <뉴스9>와 <기독교방송>의 <김현정의 뉴스쇼>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 <한국방송>(KBS)이 곧 중징계를 받게 되리라는 보도가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방심위가 중징계를 내린 보도들의 상당수가 시청자들로부터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이다. 방심위의 심의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법원이 방심위의 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늘고 있는 것도 방심위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6월13일 서울행정법원은 2010년 한국방송의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다’ 편에 대해 방심위 결정에 따른 제재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천안함’ 편은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논쟁과 국방부가 발표한 자료에서 드러난 모순과 의문점 등을 지적했다. 제작진은 사고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의문의 근거를 제시했고, 국방부의 반론도 반영했다. 그런데도 방심위는 해당 방송을 ‘허위’와 ‘과장’으로 규정하고 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제작진은 행정소송을 냈고 이번에 3년 만에 승소한 것이다. 이처럼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에 대한 방심위의 ‘정치 심의’를 뒤집는 재판 결과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방심위가 불신의 대상이 된 것은 그 위원장에 뉴라이트 계열 인물로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일했던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 같은 사람을 임명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방심위의 징계는 한 마디로 검열이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도 제정할 수 없다고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선언하고 있다. 정치적 의견을 징계하는 것은 합헌적인 법률에 의하지 않는 한 검열이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미국 연방위원회(FCC)의 ‘공정균형원칙’은 정치 보도에 대해 반론권만 규제했지 보도의 내용을 징계하진 않았다. 프랑스의 방송위원회(CSA)도 규제 내용이 유사하다. 영국의 방송규제기관 오프콤(Ofcom)도 마찬가지다.
근본적으론 방통위의 구성도 바뀌어야 한다. ‘여당 3, 야당 2’ 식으로 구성돼 쟁점 처리에 있어 수적으로 다수를 차지한 쪽이 이기게 돼있는 조직으로는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프랑스 사회당의 올랑드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방송위(CSA) 구성을 9명에서 7명으로 줄이고, 대통령은 기존 3명 추천권을 내려놓고 대신 위원장 1명만 지명한다. 나머지 6명은 상하 양원 의장이 각 3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요컨대 방심위 심의 대상에서 정치뉴스는 제외돼야 한다. 검열을 없애야 한다. 이는 한국의 방송이 권력의 노예에서 해방되는 길이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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