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웅 전 노조 사무처장(앞줄 왼쪽부터), 정영하·박성제 전 노조위원장, 이용마 전 홍보국장 등 해직자들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신사옥 앞에서 “회사는 법원의 복직 결정을 따르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부서 배정 없이 한 방에 6명 모아놓아
사무실엔 신호 안 가는 ‘먹통 전화기’
회사 “항소심 결과 달라질 수 있다”
사무실엔 신호 안 가는 ‘먹통 전화기’
회사 “항소심 결과 달라질 수 있다”
정영하 <문화방송>(MBC) 전 노조위원장 등 해직 언론인 6명은 29일 아침에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엠비시일산드림센터로 출근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다. 2012년 공정보도 실현과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으로 회사 밖으로 내몰린 뒤 대부분 800일 이상을 해직자로 살아왔다.
하지만 이들의 출근은 평범하지 않다. 이들이 함께 출근한 센터 2층 사무실에는 ‘201호’라는 팻말 외에 아무런 표시가 없다. 기자·피디·음향감독으로서 보도·제작 일을 해야 함에도 소속 부서가 없고 업무 지시가 없다. 전화기가 놓여 있지만 신호가 가지 않는 먹통이다. 출근을 했지만 업무에 복귀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하는 일도 없이 꼼짝없이 갇혀 지내야 하는 ‘해직 언론인 수용소’가 아니냐는 한탄이 나올 만하다.
문화방송의 이런 ‘이상한 복직’ 조처는 법원 결정을 억지로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6월 말 노조가 낸 ‘근로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해고 처분 무효확인 항소심 선고 때까지 근로자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 결정에도 사쪽에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자 해직자들은 서울 상암동 신사옥으로 출근을 시도했으나 청원경찰의 벽에 가로막혔다.
회사의 이런 태도에 비판이 거셌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국회에 출석해 “(엠비시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문화방송은 지난 21일에야 “엠비시는 법원의 결정대로 성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공식 입장문을 냈다.
사쪽이 사원증을 내주면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은 사실이지만, 항소심 본안 소송이 날 때까지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이들이 받은 사원증에도 다른 사원증과 달리 ‘유효기간 : 임시’라는 문구가 따로 새겨져 있다. 사쪽 관계자는 “법원이 이들에게 근로자 지위를 항소심 선고 때까지로 했기에 유효기간이 기재된 것”이라고 했다. 문화방송은 이미 입장문에서 “회사는 직원 신분증 발급, 출근지 지정, 임금 지급 외에 따로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직자들이 해고 이전 소속 부서로 발령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선 “법원 결정을 과잉 확대 해석한 것”이라며 일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노조) 관계자는 “원직 복직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반쪽짜리긴 해도 복직이니 해고자들이 회사 결정에 일단 따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다시 사원이 된 복직자 6명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지 않았다. 사쪽은 지난 4월 <피디수첩> 광우병 편을 만든 조능희 피디가 미리 신고하지 않고 외부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고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내린 바 있다.
고양/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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