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도 종편도 흥미 위주 접근
사건과 거리 먼 사생활 집중 부각
전문가 “인권 배려 없이 신상 노출”
사건과 거리 먼 사생활 집중 부각
전문가 “인권 배려 없이 신상 노출”
지난 25일 경찰에 붙잡힌 유대균씨와 그 수행원 박아무개(35·여)씨를 둘러싼 언론보도가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흐르면서 당사자들의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파 3사는 26일 간판 뉴스 프로그램에서 유씨 체포 등과 관련된 내용을 6~10꼭지 연달아 내보냈다. 사건과 거리가 먼 사생활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도 있었다.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는 박씨를 실명으로 언급한 “‘호위무사’ 박○○은 누구?”란 꼭지에서 박씨의 결혼 생활과 그의 남편 등 사생활의 영역을 들췄다. 또 ‘유 회장·대균씨 모두 여신도 도움 받아 도피…이유는?’이란 꼭지에서는 앵커가 “유병언 회장 일가 뒤에는 맹목적이다시피 적극적인 여성들이 있다. 어떤 관계이기에 가능했을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에스비에스>(SBS)는 박씨에 대해 “범인 도피 혐의 외에는 다른 범죄 혐의가 없고 세월호 참사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엄벌에 처해질지는 미지수”라면서도, 그의 개인사를 상세히 다뤘다. 박씨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 검거·압송 장면 및 과거 영상까지도 반복해서 내보냈다.
종편은 더욱 심하다. <채널에이>는 ‘좁은 방에서 단둘…석달 동안 뭐했나?’라는 자막을 붙였다. <티브이조선>은 간판 뉴스에서 아내 박씨의 생활 태도에 불만을 토로한 남편의 경찰 진술을 그대로 옮겼다.
언론 전문가들은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먼 선정적 보도를 펴고 있는 언론의 책임을 지적한다. 임영호 부산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유씨, 박씨가 사건과 관련 있을지 모르지만 유 전 회장의 ‘주변 인물’에 불과하다. 그런데 언론이 거대 왕국의 계승자와 그를 둘러싼 카리스마와 무술 실력을 갖춘 여성 등 흥미적 요소를 부각시키면서 너무 자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도 “(언론이 유씨와 박씨에 대해) 인권에 대한 배려 없이 무조건적으로 노출시켰다”며 “여론의 관심을 그쪽으로 돌리려 하는 의도이지 않느냐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김효실 이재욱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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