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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제식구 문창극’ 대변지 된 중앙일보

등록 2014-06-26 18:49수정 2014-06-26 20:46

<중앙일보> 16일치 4면
<중앙일보> 16일치 4면
1면 머리·사설서 칭송·대리해명
각종 의혹·사퇴 주장은 외면
‘지면사유화’ 언론 신뢰도 해쳐
중앙 “감싸기 아닌 객관적 여론”
<중앙일보>의 문창극 총리 후보자 보도를 둘러싸고, ‘지면 사유화’ 비판이 거세다. ‘자사 출신 감싸기’가 지나쳐 언론 신뢰도의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문 전 후보자는 1975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정치부장·논설주간·주필·대기자 등을 거쳐 2012년 말 퇴직했다. 헌정 사상 첫 기자 출신 총리 후보자이기도 했다.

■ <중앙> 보도 어땠길래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문 후보자 지명 뒤 24일 자진 사퇴하기까지 2주 동안의 중앙의 지면 보도를 조선·동아와 견줘보면, 중앙은 문 전 후보자 ‘칭송’으로 시작해 ‘감싸기’와 ‘대리 해명’으로 일관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중앙은 지명 다음날인 11일, 1면 등 3개면에 걸쳐 문 후보자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크게 실었다. 조선·동아가 행정 경험 부족이나 ‘받아쓰기’ 총리에 그칠 우려를 함께 표시한 것에 견줘도 균형을 잡지 못했다.

이런 불균형은 계속 이어졌다. 문 전 후보자가 11일 책임총리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답하자, 조선·동아는 12일치 신문에서 이를 일제히 비판했다. 중앙은 전날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총리제의 헌법 정신을 어떻게 현실화할지 고민하라”고 주문했으면서도, 이날 “총리 권한·책무, 헌법이 정한 대로 수행할 것”이란 제목을 붙여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20일치 3면
20일치 3면
11일 밤 <한국방송>(KBS)이 문 전 후보자의 교회 강연 발언을 보도하면서 식민사관 논란이 불붙었다. 조선·동아는 ‘국민 정서와 어긋난다’는 야당 반응을 중심으로 문 전 후보자 및 인사 책임이 있는 청와대를 향한 비판적 논지를 펼쳤다. 그러나 중앙은 문 후보자의 해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후보 사퇴’ 주장은 제대로 담지 않았다. 계열사인 <제이티비시>(JTBC)가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 9>를 통해 문 전 후보자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과 대조됐다.

17일로 예상됐던 박 대통령의 임명동의안 결재가 미뤄지자, 조선·동아는 18일치 1면에서부터 문 전 후보자의 사퇴론 확산을 비중있게 다뤘지만 중앙은 5면에서 “청문회를 앞두고 여권 기류가 엇갈린다”고만 했다. 문 후보자의 군 특혜 의혹은 해군의 ‘문제없음’ 해명 위주로 다뤘다. ‘셀프 석좌교수’ 의혹은 사설에서 한 문장 언급했다.

중앙이 문 후보자 감싸기에 집중하면서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청와대 신임 수석비서관 4명, 7개 부처 장관 후보자 등 다른 고위공직자 검증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은 18일치 4면에서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송광용 신임 교육문화수석의 논문 표절 의혹을 2단 기사로 다뤘다. 동아는 17일치 1·3면에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제자논문 표절 의혹을 단독보도했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가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전달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은 사실도 문 후보자 사퇴 이후에야 다뤘다.

25일치 1면
25일치 1면
■ “스스로 언론 신뢰 해치지 말아야” 언론학자들은 국내 언론들이 이번 중앙 보도를 반면교사로 삼아, 지면 사유화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중앙은 언론이 진실을 보도할 것이란 전제 아래 자신을 선택한 독자들을 배신한 것”이라며 “기존의 ‘합리적’ 이미지도 손상을 입어 장기적으로 손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중앙만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선 언론의 본분을 잠시 미뤄둘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는 듯 하다”며 “그러나 이는 언론의 존립기반인 독자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과 제이티비시의 지주회사격의 중앙미디어네트워크(회장 홍석현)는 지난 2주 동안의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보도와 관련한 <한겨레>의 질의에 “총리 후보자 관련 우리 입장은 중앙 기사에 다 들어있다. ‘특정인 감싸기’가 아니라 이번 일에 대한 다수 여론을 객관적으로 기사화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 “중앙과 제이티비시는 별개의 신문·방송 매체로서 각각의 편집 회의, 보도국 회의에서 상의한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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