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예능부문 피디들이 권성민 피디에 대한 회사의 징계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권 피디는 최근 한 인터넷 게시판에 문화방송의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는 글을 올려 징계 대상에 올랐으며, 이번 징계 반대 성명에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피디 등이 예능피디들이 대거 참여했다.
문화방송 예능피디 48명은 28일 ‘권성민 PD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철회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인명을 구해야 할 그 바쁜 시간에 정확한 취재보다는 받아쓰기와 피해자들이 받게 될 보험금 이야기나 했던 방송사로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국민에게 참회의 사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MBC 경영진은 그런 반성은커녕 그런 반성의 사죄를 한 양심적인 MBC 구성원의 글을 두고 인사 조치를 취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얼마나 답답했던 걸까?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웃음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은 소위 ‘딴따라’ 예능PD가, 또 그 딴따라들 가운데서도 막내가 그런 사과의 글을 올리게까지 된 것일까?”라고 사쪽에 물었다. 또, “권성민 PD의 글은 결코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바가 없다. 권성민 PD는 혼자가 아니다! 예능본부의 모든 PD들은 우리의 막내가 불의한 처벌을 받도록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징계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귄 피디는 지난 17일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엠빙신 PD입니다’라는 글을 통해 문화방송의 세월호 보도에 대해 사과하고 국민의 지지를 요청했다. 그는 이 글에서 “세월호 참사의 MBC 보도는 보도 그 자체조차 참사에 가까운 수준이었다”며 “지금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지만, 그 화를 못 이겨 똑같이 싸웠다가는 또 똑같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뼛속 깊이 배웠기 때문에 치욕을 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능본부 입사 3년차인 권 피디는 또 “엠병신을 욕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마음껏 욕해주세요”라며 “뉴스도 이미 안 보시겠지만, 주변에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이런 상황임을 알려드리고 보지 말라고 해주세요”라고도 했다. 권 피디는 특히 “지금은 침묵하고 있지만, 이길 수 있는 싸움을 기다리고 있고, 그 승패는 뜻을 같이하는 국민들에게 달려 있습니다”며 “부디, 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에서 동의할 수 있는 목소리가 나왔을 때는 힘을 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사쪽은 지난 27일 권 피디한테 대기발령 명령을 내리고, 다음주 중 열릴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박건식 문화방송피디협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번 성명에 예능본부 소속 평피디들 거의 전원이 참여했다. 피디들이 실명으로 이런 성명을 내는 건 이례적인 일인데, 권 피디가 실명으로 글을 올렸기 때문에 다른 피디들도 이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모두들 실명을 썼다고 하더라. 권 피디의 글이 일부 자구에 문제가 있더라도, 회사가 더 잘 되기를 바라면서 썼기 때문에 자구만으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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