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최경영 기자
‘뉴스타파’ 김용진·최경영의 고언
KBS에 대한 기대 접고 떠났지만
내부고발에 간부까지 투쟁은 처음
“누구나 소유권 가진 공적매체니
분노만 하지 말고 적극 지원해야”
KBS에 대한 기대 접고 떠났지만
내부고발에 간부까지 투쟁은 처음
“누구나 소유권 가진 공적매체니
분노만 하지 말고 적극 지원해야”
“<한국방송>(KBS) 투쟁에서 이런 적이 없었다. (외압을 폭로하는) ‘내부고발’이 있고 간부진과 일선 기자들이 함께 나선 건 한국방송 사상 처음이다.”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진(사진 왼쪽) 뉴스타파 대표는 한국방송이 현재 ‘진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는 “굉장히 소중한 국면”을 맞았다고 했다. 한국방송에서 권력감시 탐사저널리즘을 선구적으로 이끌었던 김 대표는 이명박 정부 때 여러차례 보복성 징계를 당한 뒤 박근혜 대통령 탄생을 접하고 방송사를 떠났다. 한국방송 저널리즘에 대한 기대를 접었던 그에게, 한국방송이 사실상 ‘청와대 방송’으로 공인받은 지금의 상황이 역설적으로 희망의 등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청와대 보도통제 의혹을 폭로한 이후 한국방송 전 직군에서 200명 이상의 보직 간부들이 사퇴했고, 보도국 기자들의 제작거부도 26일로 일주일째를 맞는다.
“방송사 사장이 뉴스 큐시트(뉴스 내용·순서 등을 담은 표)를 보는 것 자체는 문제삼을 수 없겠지만, (사장이) 자기 입장을 개진하려고 하면 외압이고 통제다.” 인사권자가 간섭하기 시작하면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구성원이 없다는 얘기다. 김 전 국장은 김인규 사장 때부터 사장이 매일 뉴스 큐시트를 보고받았다고 폭로했다.
김 대표는 앞선 정권에서도 ‘공정성 논란’은 있었지만 2009년부터 시작된 김인규·길환영 체제에서 한국방송 저널리즘이 맞은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역시 지난 정권 때 보복성 징계를 당한 뒤 한국방송을 퇴사한 최경영(오른쪽) 뉴스타파 기자는 김 전 국장의 폭로를 두고 “내부 일선 기자들이 누구나 다 그러리라고 짐작했던 외압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김 전 국장의 폭로로 드러난 외압의 실체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령 청와대 홍보수석 라인 한 루트였을 거냐, 아니었다고 본다. 여권 실세나 국회 상임위 소속 의원들도 있을 수 있고, 다양한 곳에서 전화가 있었을 것이다. 끈끈하게 맺어진 권언유착, 전화도 하고 만나고 술도 마시고 서로 ‘땡겨주고’, 상부상조하는 그게 과연 없었겠느냐, 기업은 없었겠느냐. 이런 상황을 보면 너무 뻔한 것이다.”
최 기자는 “지금 상황에서 (한국방송이) 자기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급전직하할 가능성이 있다.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상파 뉴스의 대체재가 거의 없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온라인과 유선방송 등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길 사장이 현 사태를 수습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중요한 건 ‘길 사장 이후’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권 입장에선 한국방송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싶은 욕구들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구성원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은 대통령부터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매달 같은 금액을 내기 때문에, 누구나 소유권을 똑같이 주장할 수 있는 공적 매체다.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상황에 분노하고 미워하는 게 맞지만, 공영방송 시스템 자체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지 말고 한국방송이 진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민들도 이 싸움을 적극 지원해줬으면 한다.” 김 대표의 바람이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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