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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아픔 키운 ‘세월호 보도’…“참사 취재 가이드라인 절실”

등록 2014-04-24 19:25수정 2014-04-25 09:26

한국기자협회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주최한 ‘세월호 참사 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 시작에 앞서 세월호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기자협회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주최한 ‘세월호 참사 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 시작에 앞서 세월호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원 구조” 오보로 피해 키우고
구조자 얼굴 노출·거짓 증언 방송 등
선정적 보도에 언론 자성의 목소리

“정확성 높이고 피해자 입장 중시
매뉴얼 마련·합동 취재단 등 방안을”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를 맞은 24일 오후, 또다른 비극의 현장인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엔 ‘평소’와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사고 뒤 첫 등교로 언론의 관심이 집중돼 취재진 100여명이 몰렸지만, 이들은 학교 정문에서 20m 떨어진 건너편 도로에서 학생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피해자들의 상처를 덧내는 과도한 취재 탓에 비난이 쏟아지자 스스로 자제한 셈이다.

앞서 한국방송기자연합회는 23일 출범 7년 만에 처음으로 재난 피해자에 대한 과도한 근접취재나 인터뷰 등을 자제하자는 ‘긴급 취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했다. 같은 날 한국기자협회도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세월호 사건은 언론계에도 큰 질문을 던졌다. 피해자들의 상처를 키우는 행태에 대한 지탄이 어느 때보다 컸다. 이에 많은 언론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재난보도가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꼭 지켜야 할 원칙으로 ‘정확성’과 ‘피해자 입장 중시’를 첫손에 꼽았다. 정확성은 모든 보도의 기본이지만, 재난보도에서는 부정확한 보도가 피해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 초기 ‘전원 구조’ ‘선내 진입’ 등 각종 오보가 이어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더 큰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 붕괴 사고 발생 당시 앞다퉈 속보를 쏟아낸 다른 언론과 달리 사고가 일어난 지 1시간45분이 지나서야 첫 소식을 전했다. 2012년 코네티컷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보도 때 범인의 이름을 잘못 알린 뒤 “속도보다 정확성이 우선”이란 원칙을 세운 덕분이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도 재난보도에서 속보 경쟁을 벌이기보다 정확성을 우선시하는 제작 지침(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더구나 변화한 미디어 환경은 기성 언론한테 더 큰 정확성을 요구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대안 매체가 발달한 상황에서 기성 언론이 전하는 현장 소식은 곧바로 검증의 대상이 됐고, 오보는 곧바로 뭇매를 맞았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미디어학)는 “정부가 사실 확인이 안 된 내용을 발표한 것도 문제지만, 언론이 ‘잠수부가 몇백명 투입됐다’는 등의 홍보성 내용을 거르지 못한 것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입장 중시 원칙은 이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복구를 돕는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일본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는 2011년 대지진 참사 때 시신 수습 장면은 일부러 멀리서 카메라에 담았고, 원전 폭발 등 충격적인 장면은 끝까지 보여주지 않았다. 과도한 공포감을 막고, 슬픔에 빠진 시민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연 선문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재난 규모나 피해 상황을 전달하고 재난의 원인 규명을 파헤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불안과 혼란에 빠진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안부·구조·생활 정보 등도 함께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보도에서만큼은 언론이 ‘구조자’로서의 의식을 갖고 피해 확산 방지 및 재해자 치유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재난보도의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 가이드라인·매뉴얼을 마련하고, 이의 체화를 위한 교육·훈련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자협회가 23일 주최한 토론회에서 정필모 <한국방송> 보도위원은 “언론사마다 있는 각종 보도 관련 강령 등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나와 있다. 하지만 평상시 재난보도에 대한 훈련도 안 돼 있고, 사후적으로 복기를 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언론계 전체나 정부 차원에서 재난보도 교육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형철 교수는 “언론사끼리 합의해 합동취재단을 만드는 등 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다. 미디어 다양화로 품질 낮은 보도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에서 저널리즘 아카데미를 만들어 교육을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김효실 이정국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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