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
“징계무효 판결보다 더 기쁜건
공정방송 노력 인정받은 것”
“징계무효 판결보다 더 기쁜건
공정방송 노력 인정받은 것”
“징계가 무효라는 판결 자체보다도 우리가 공정방송을 위해 그동안 노력했던 일들이 법원에서까지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훨씬 더 기쁘다. 주변 사람들도 ‘복직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하지 않고,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을 축하한다’고들 한다.”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온 17일, 정영하 전 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쁨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이날은 그가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지 655일째 되는 날이다.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해고자로서 겪어야 했던 불안하고 힘든 생활이 먼저 떠오를 법도 하지만, 그는 ‘공정방송’이란 대의를 더욱 강조했다.
“‘해고는 살인’이란 말도 있는데, 해고 당사자가 되어 생활하는 게 어찌 어렵지 않았겠나? 그러나 조합원들과 시청자, 국민들이 그동안 문화방송 파업에 보내주신 지지와 응원이 워낙 컸기 때문에, 해고 기간 내내 ‘우리의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무척 컸다.”
2012년 일어난 방송파업의 책임을 물으며 정 전 위원장을 비롯해 44명에게 해고·정직 등의 징계를 내렸던 문화방송 사쪽은 그동안 당시 파업이 ‘불법’이며 ‘정치적 파업’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왔다. 정 전 위원장은 공정방송을 향한 많은 사람들의 열망과 노력이 그런 식으로 폄하되는 것에 늘 마음이 아팠는데, 이번 판결로 그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씻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공정방송을 보여드리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는데 그것을 실현하지 못했고, 해고된 뒤에는 문화방송이 더 나락으로 빠지는 것을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며 답답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사상 초유의 방송파업이 대량 징계로 끝난 뒤 대통령도, 문화방송 사장도 바뀌었다. 그러나 공정방송을 외치는 입에 재갈을 물리는 행태는 “계속 승계되고 있다”고 정 전 위원장은 말한다. “해고자 문제에 대해 문화방송 사쪽은 ‘전임 경영진 때의 일’이라고 하면서도, 관련 판결이 나오면 늘 항소를 하고 있고, 현 정권 역시 마찬가지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 정권의 ‘언론장악’ 결과를 현 정권이 함께 즐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 전 위원장은 “이 때문에 ‘공정방송이 언론사의 근로조건’이라고 판시한 이번 판결의 의미가 정말 크다”고 했다. 그는 “이번 판결로 문화방송은 공정방송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정권의 언론장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공정방송의 걸림돌이 될 것이냐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지적했다.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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