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기도 부천시 삼정동 담쟁이문화원에 있는 사무실에서 협동조합 언론 <콩나물신문> 창간 준비호 4호 편집회의에 참석한 박혜숙 발행인(앞줄 가운데)과 조합원들이 신문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부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역주민들이 출자해 내달 창간
매서운 고발과 따뜻한 소식 실어
건강하고 당당한 ‘B급 신문’ 지향
매서운 고발과 따뜻한 소식 실어
건강하고 당당한 ‘B급 신문’ 지향
다음달 창간을 앞둔 경기도 부천의 협동조합 언론 <콩나물신문>은 ‘비(B)급 신문’을 지향한다. 풀뿌리 민주주의 등을 표방하지만 첫걸음부터 거창하게 고급함을 내세우기보다는 우리 동네 이야기를 발칙하고 기발하게 만들어보자는 게 우선이다.
독특한 제호만큼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지역신문이 협동조합이라는 소유 구조를 갖췄다는 사실이다. 사주의 전횡에 ‘광고지’로 전락한 다른 지역신문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게 창간 주도자들 생각이다. 제호는 서민적이고 기억하기 쉽다는 점에서 채택됐다. 콩나물처럼 서로 기대어 사는 사람들 모습을 상징한다.
15일에 열린 콩나물신문의 편집회의는 이런 발상만큼이나 신선했다. 이 신문은 전문 언론인이 아니라 교사, 사회복지사, 부동산 중개인, 드럼 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지닌 이들이 만든다. 이번에는 박혜숙 발행인, 한효석 상임이사, 최현철 콩나물신문협동조합 사무국장, 오산 편집위원장 등 편집진과 조합원들을 포함해 12명이 참석했다. 창간 준비 4호 가편집본을 놓고 회의를 했다. 타블로이드 판형의 가편집본이 칠판에 차례로 붙었다.
이번 창간 준비호는 부천 3개 구(원미·소사·오정) 문제를 균형 있게 다룬다는 취지로 세 구 현안을 각각 앞쪽 1면, 뒤쪽 1면, 중간면 머리기사로 다루는 파격을 택했다. 왼쪽으로 넘기는 ‘전통적’ 1면은 원미구에 조성된 상상거리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기존 신문이라면 맨 뒷면에 해당하는 면도 1면처럼 편집해 소사구 벽화 사업을 조명하기로 했다. 중간면 역시 동부천 인터체인지(나들목) 민자 건설 반대 운동을 1면 머리기사처럼 편집하는 기술을 발휘하기로 했다. 오산 편집위원장은 “세 마리 용이 아니라 뱀 꼬리 셋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호와 머리기사 제목의 조화, 이미지 강화, 글자 크기에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상근 기자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반인이다. 각자의 일터에서 일한 뒤 저녁 7시30분쯤 신문사로 하나둘씩 모인다. 대부분 지난해 7월 지역신문 만들기 강좌에서 처음 만났다. 영어 교사 출신인 박혜숙 발행인은 “강좌를 통해 공동체의 힘에 매력을 느껴 합류했다”고 말했다. 옆집 아줌마, 앞집 아저씨, 뒷집 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담긴 건강한 지역신문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의기투합 배경이다. 지난해 9월 1호를 시작으로 창간 준비호를 세 번 만들면서 좌충우돌도 많았지만 기획, 기사 작성, 편집 등 신문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회의에 참석한 드럼 동호회 운영자 윤혜민씨는 “좋은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행복하고 하나씩 배우는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
주간신문인 콩나물신문은 편집위원회를 두 개 가동한다. 1개 팀이 격주로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일을 분담한다는 취지도 있지만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뜻도 있다. 편집위원장은 누구나 될 수 있고 임기는 3개월이다.
신문사 운영은 협동조합 출자금과 월 조합비인 후원회비로 하고 있다. 창간 뒤엔 1부당 1500원, 월 정기구독료 6000원으로 유료화할 계획이다. 상근자 월급 등 경비를 충당하려면 유료 구독자 3000명을 확보해야 한다. 부천시 인구가 90여만명인데, 장기적으로 발행 부수 3만부가 목표라고 한다. 하지만 당장은 조합원 배가 운동이 과제다.
한효석 이사는 “조합원에게 계속 부담이 되지 않도록 1년 안에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신문 산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건강한 언론을 만들면 ‘블루 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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