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왼쪽)과 이경호 수석부위원장이 26일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앞에서 공영방송 정상화와 해직 언론인 복직을 촉구하며 32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16명
대부분 실업상태 ‘불안한 나날’
‘방송공정성 강화’ 공약 말뿐
국회 방송공정특위 ‘빈손’ 종료
“박근혜정부 언론자유지수
민주화이전 노태우정부보다 낮다”
대부분 실업상태 ‘불안한 나날’
‘방송공정성 강화’ 공약 말뿐
국회 방송공정특위 ‘빈손’ 종료
“박근혜정부 언론자유지수
민주화이전 노태우정부보다 낮다”
이명박 정부 때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 보도’를 요구하다 해직된 언론인들의 복귀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해결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박근혜 정부는 전두환 정권의 언론인 해직 사태를 해결한 노태우 정권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언론인은 모두 16명이다. 2008년 10월 <와이티엔>(YTN)에서 쫓겨난 6명(권석재·노종면·우장균·조승호·정유신·현덕수)은 5년 넘게 해직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 170일간의 파업 과정에서 해고당한 <문화방송>(MBC) 7명(강지웅·박성제·박성호·이상호·이용마·정영하·최승호),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다 해고당한 <국민일보> 2명(조상운·황일송),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정수장학회의 <부산일보> 지배 문제를 제기하다 해직된 이정호 전 부산일보 편집국장도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최승호 피디 등 4명은 <뉴스타파>, 노종면 기자 등 2명은 <국민티브이> 등 대안 언론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실업 상태에서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문화방송과 관련해 “파업이 징계 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발언했고, ‘방송 공정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여당이 재집권했으나 이들의 해직이 지난 정권의 일인 만큼 일말의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정권 출범 뒤 여권은 ‘노사의 자율적 해결’을 강조했다.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는 22일 “국회 차원에서 해직 언론인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는 결의문을 내놓는 데 그쳤다. 실질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 8개월 동안의 여야 협의가 말잔치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직 언론인들은 국회 방송공정성특위가 알맹이 없이 끝을 맺은 것에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성제 문화방송 기자는 국회에 참고인 등으로 두 차례 나간 뒤 복직의 기대가 꺾였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자유를 지키려다 해직당한 언론인들에 대해 새누리당은 ‘좌파 방송, 노영 방송을 만들려고 정치적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념적 편견을 들이댔다”고 말했다. 최승호 피디도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권이 만든 언론 지형을 계속 끌고가겠다는 것이어서 개선 여지가 없다. 정권에선 노사 대화로 해결하라지만 사쪽이 (정권에) 종속적이어서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우장균 와이티엔 기자는 “언론 자유 지수를 비교하면 2013년의 박근혜 정부가 민주화 이전인 1988년 노태우 정부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태우 정권은 친구 사이인 전두환 정권이 만든 수백여 명의 해직 언론인들을 취임 뒤 1년 안에 복직시켰으나 박근혜 정부는 똑같이 보수 정권을 이어받았지만 그때보다 훨씬 적은 10여명의 해직자 문제를 풀지 않고 있다”며 이런 평가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해직자들이 기댈 곳은 사실상 법원밖에 안 남았다. 이마저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불확실하다. 와이티엔의 경우 1심에서 6명 모두가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이 중 3명은 해고는 위법하지 않다는 판결이 나왔다. 노종면 와이티엔 기자는 “경영진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재량권을 잃어 정치권에 중재를 맡긴 것인데 이젠 법원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 뒤 2년8개월이 지났는데도 대법원 일정을 확인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조승호 와이티엔 기자는 “5년 넘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내고 있다.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문화방송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이상호 기자의 해고가 위법하다는 1심 판결이 나왔고, 다음 달 10일에는 나머지 6명의 해고 무효 소송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문화방송 노조는 연말을 맞아 “당신이 함께여서 행복합니다”라는 문구와 그들의 사진을 담은 응원 엽서를 해고자들에게 보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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