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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통 대 특수통의 갈등? 국민 앞서 난타전?…보수언론 ‘검찰 내분’ 몰아가기

등록 2013-10-22 20:05수정 2013-10-23 15:15

국정원 조직적 대선개입은 눈감아
국가정보원(국정원)의 트위터를 이용한 조직적 대선 개입이 드러나고 수사 방해의 실체가 밝혀지기 시작했는데도, 보수 신문을 중심으로 한 언론들이 검찰 내부의 ‘항명’과 ‘내분’, 정치권의 ‘정쟁’ 프레임으로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외면한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전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국감장에서 대립한 것에 대해 22일치 보수 신문들은 둘의 충돌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 “검사장 모시곤 힘들 것 같아 내가 처리”했다는 윤 전 팀장의 말과 “수사 잘하라 격려했는데 항명하다니”라는 조 지검장의 말을 나란히 제목으로 달았다. 3면 머리기사는 ‘국민이 보는 앞에서… 난타전 벌인 검사들’이란 제목을 달았다. 다른 기사에서는 지난해 말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퇴진을 둘러싼 검찰의 내분을 소개하며, 이번 갈등이 특수통 검사들과 공안통 검사들의 갈등에서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사설에는 ‘국민 앞에서 자기들끼리 치고받으며 싸움질한 검찰’이라는 원색적 제목이 붙었다.

<중앙일보>는 ‘조영곤·윤석열 국감서 충돌 검찰 지휘체계 붕괴 생방송’을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윤 지청장의 공격은 ‘하극상’ ‘항명’으로 비칠 정도로 조 지검장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고 썼다. 다른 기사에서는 2004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이미 조문이 없어진 ‘검사동일체 원칙’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국감장 선 검찰간부, 초유의 폭로 공방’을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단 <동아일보>도 특수통 대 공안통의 갈등을 충돌 배경으로 꼽았다. <한국방송>(KBS)도 21일 “사상 초유의 국감장 항명 사태”라고 규정하는 등, 다수 언론이 검찰 내부의 갈등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접근법 때문에 검찰이 새로 밝혀낸 국정원의 노골적 사이버 대선 개입 활동, 검찰 지휘부와 국정원의 수사 축소와 방해 의혹 등은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또 수사팀이 국정원 직원들 체포 방침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검찰 지휘부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묻히고, 윤 전 팀장이 이런 설명을 반박하는 차원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한 것은 간단히 ‘항명’으로 치부됐다.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은 이날 칼럼에서 더 나아가 “… 국정원 압수수색과 관련된 불법 등 검찰의 ‘기강 흔들림’은 이 정권이 얕보였기 때문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 특별수사팀의 활동을 박근혜 정부에 대한 항명으로 여기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보수 신문들은 국정원 관련 의혹을 다루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왔는데, 윤 전 팀장의 발언으로 사안의 중대성이 더욱 커지자 검찰 내부 문제로 눈을 돌려 본질을 흐리며 물타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국기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을 검찰 내부의 지휘계통 문제와 여야 간 정쟁으로 몰고가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9:1로 기우는 저울을 두고 5:5라고 기계적 중립을 말하는 태도는 정론이 아니다”라고 썼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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