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매체 균형 발전을 위해 지상파 3사와 중소 방송사의 광고를 묶어 파는 미디어렙(방송광고 대행사)의 결합판매 고시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경기·인천을 기반으로 하는 <오비에스>(OBS)와 언론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는 2일 공영 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가 지상파 3사 방송광고를 대행 판매할 때 중소방송사와 네트워크 지역방송사와 배분해야 하는 결합판매 비율을 재고시했다. 방통위가 고시한 결합판매 지원비율(총 광고 판매액 중 중소방송사들에 돌아가는 몫)은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코바코는 12.29%, <에스비에스>(SBS) 광고를 대행하는 민영 미디어렙 미디어크리에이트는 7.95%로 지난해와 거의 같다. 코바코는 문화방송 지역사 18곳과 <교육방송>(EBS)·<원음방송> 등 중소 매체 12곳, 미디어크리에이트는 지역민방 9곳과 오비에스의 광고를 대행한다는 내용도 같다.
재고시안 결정에 대해 지난해 지상파 방송과 지역민방사들 중 유일하게 적자를 본 오비에스 쪽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 지역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오비에스 생존과 시청자 주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방통위 결정에 참을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며 “지역 시청권과 오비에스 죽이기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훈기 오비에스 노조위원장도 “오비에스는 100% 자체 편성으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광고비는 미디어렙 도입 뒤 더 줄었다. 우리 방송에 대한 정책 차별의 결정판인 고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현재 오비에스의 광고 수입 중 결합판매 인정 비율은 76.7%로 다른 중소 방송사의 80~90%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신생사 가중치도 적게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오비에스는 2007년 개국 이래 누적 적자가 1311억원에 달한다.
한편에서는 현재 자체적으로 광고를 판매하지만 내년 3월에 미디어렙 적용 유예기간이 끝나는 종합편성채널의 미디어렙 편입을 앞두고 방송광고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공영렙과 민영렙을 지정하는 원칙과 결합판매 비율 등에 대해 납득할 만한 원칙과 기준이 없어서 방송사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종편의 미디어렙 위탁이 가시화되기 전에 방송광고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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