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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 네이버 공격해 `‘뉴스 보수화’ 하려는 조중동 / 성한표

등록 2013-08-29 19:52

성한표 언론인
성한표 언론인
“조중동(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신문을 묶어 부르는 복합어)을 모바일 네이버 뉴스에 넣어줘야 하는데. 모바일 네이버 뉴스에는 주로 삐딱한 것들이 뜨고 마이너들이 활개를 친다.” 지난해 대선 직전 권영세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현 주중대사)이 기자들에게 말했다는 인터넷 포털 네이버 비판이다. 불평의 형식으로 네이버에 가한 그의 ‘압력’은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최근 공개함으로써 드러났다.

네이버는 지난 4월 뉴스 공급 방식을 주요 뉴스를 선별하여 보여주는 뉴스캐스트에서 각 신문 뉴스를 같은 비중으로 나열하는 뉴스스탠드로 바꿨다. 네이버가 진보적인 뉴스에 치중한다는 집권층의 불만이 방식 변경의 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뉴스스탠드로 바꿈으로써 네이버의 자체 뉴스 페이지 방문객은 늘었고, 반대로 뉴스 생산자인 신문들의 온라인 방문자와 수입이 더욱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8월 중순 며칠 동안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 등 보수 신문들이 네이버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은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의 영업권 싸움으로 비친다. 새누리당이 네이버규제법 태스크포스팀을 출범시킨 데 이어 포털규제법을 추진하여 이 싸움에 가담했다. 네이버 뉴스 시장을 위축시키고 길들이기 위해 보수 집권 세력과 보수 언론이 연합한 양상이다.

이들은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중소 인터넷 기업이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 부분은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이 될 것이고, 법 적용을 엄격히 하면 된다. 문제는 중소 인터넷 기업의 문제를 부각시켜 네이버가 행사하고 있는 영향력을 약화시킴으로써 뉴스 시장을 다시 보수화시키기 위한 집권 세력과 보수 언론의 합작에 있다.

뉴미디어가 등장하고, 일단 자리를 잡으면 기존 매체, 특히 신문들이 살길은 이 상황에 적응하는 것밖에 없다. 이를테면 네이버는 검색과 모바일 서비스로 뉴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층은 40~50대 이전의 젊은층이다. 이들은 왕성한 뉴스 서핑과 검색을 통해 정치·경제·사회 등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정보에 접하고, 그 결과 진보적 주장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이 누리꾼의 관심을 붙들어두기 위해 이들의 공감을 얻을 만한 뉴스를 눈에 띄게 배치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네이버 이용자들이 조중동 등 보수 계열의 신문들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은 이들의 논조에 공감할 수가 없고, 이들이 제시하는 뉴스들이 사실을 비틀어 놓았거나 지나치게 보수 편향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이런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선택이 필요하다. 지면 구성을 젊은층의 관심에 맞추거나, 아니면 ‘진보’를 ‘종북’과 분별하지 못하는 ‘절대 보수’층만 독자로 붙들거나 하는 선택이다.

그런데 포털을 뉴스 시장의 지배적 위치에서 끌어내리고, 잘 다져진 배달망이 최고의 무기였던 과거로 돌아가려는 조중동의 선택은 합리적이라기보다는 시대착오적이다. 이들의 선택에는 시대의 흐름에 자신을 맞추기보다는 시대가 자신에게 맞춰 흐르게 만들겠다는 헛된 꿈이 진하게 배어 있다. 뉴스 시장에서 네이버를 쫓아내면 그 자리는 조중동이 아니라 다국적 공룡 기업 구글이 차지할 것이다. 지금 네이버가 하고 있는 뉴스 포털의 역할을 뉴스 소비자들이 계속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한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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