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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아마존과 에픽 2014, 그리고 신문의 미래

등록 2013-08-22 20:06수정 2015-10-27 18:32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미디어 전망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했다는 소식은 전세계 미디어를 놀라게 했다. 신문의 몰락을 상징하는지 아니면 디지털 뉴스의 혁신적 실험의 서막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하고, 2004년 미국 미디어 비평가 로빈 슬로언과 성우 맷 톰슨이 만든 플래시 동영상 ‘에픽(EPIC) 2014’가 떠올랐다. 이들은 <뉴욕 타임스> 디지털 부문 최고경영자였던 마틴 니센홀츠의 강연에서 영감을 얻어 10년 후 미디어 지형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고자 했다. 내용을 간추리면, 구글이 자사 서비스를 결합한 구글그리드로 발전하고, 이후 구글과 아마존이 합병해 구글존이 만들어진다. 뉴욕 타임스가 구글존에 뉴스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지만 패소한다. 구글존은 2014년 ‘에픽’(진화하고 개인화된 정보 구성물)을 만들어낸다. 종국에 뉴욕 타임스는 웹 비즈니스를 포기하고 나이 든 사람과 소수 엘리트 독자만 읽는 인쇄 신문으로 위상이 축소된다.

이 동영상은 미래형 뉴스 ‘에픽’에 관해 “개별 이용자들을 위해 개인화된 콘텐츠 묶음을 만들어낸다. 이는 다른 이용자들이 제공하고 편집한 것이다. 뉴스 소비자는 자신의 선호에 따라 편집된 콘텐츠를 선택해 본다. 전통적 뉴스 에이전시의 역할은 점점 없어진다”고 소개한다. 이들이 그리는 미래형 뉴스는 단순한 기사가 아니라 소셜미디어처럼 상호 정보가 제공되고 개인의 특성에 맞춰 뉴스가 결합되는 정보 구성체다.

시나리오가 모두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아마존 창업자에게 인수됐다. 구글존은 탄생하지 않았지만, 대신 구글과 아마존이라는 두 거대 인터넷 기업이 자신들 생태계를 구축했다. 뉴욕 타임스는 구글과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디지털 유료화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심각한 위기에 놓인 유럽 신문들은 구글을 상대로 해 저작권법 소송을 벌이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전통 언론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

10년 전 이 시나리오는 상당히 급진적이다. 이 영상은 구글과 같은 거대한 인터넷 생태계의 출현을 두려워하며 다른 한편으로 뉴스의 본질적 개념 변화를 그리고 있다. 오늘날 상업언론은 자신이 구축한 채널에서 생산과 소비 체계가 일어나는 수직적 가치사슬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구글존으로 상징되는 거대한 수평적 뉴스 생태계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생존을 요구하고 있다. 예견이 옳으냐 그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언론의 양식이 이용자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새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아마도 5년 안에 신문은 자신의 가치사슬을 전면 재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질을 이해하려면 공급이 아닌 수요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일부 언론의 ‘네이버 때리기’를 보며 언론이 공급자 시각에서 ‘정치적 갑’이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시장을 통제하려는 낡은 문제 해결 방식을 확인한다. 이용자가 아니라 공급자와 유통자가 결탁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면 오해다.

새로운 ‘에픽 2024’를 그려보자. 신문의 디지털 안착은 자신들의 주도권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주도권에 편입되는 것이다. 기기, 검색, 광고, 이용자 서비스, 유료화 전략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디지털 뉴스 소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자간에 머리를 맞댈 문제가 많다. 소모적 논쟁과 규제 압력보다는 창의적인 그림 그리기가 아쉬울 따름이다. 포털 역시 언론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아이디어 혁신이 필요하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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