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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역기능 해소에만 치우친 ‘청소년 인터넷 정책’

등록 2013-07-25 20:06수정 2015-10-27 18:32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미디어 전망대
초·중·고 교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인터넷’이라는 단어에 따르는 연상 이미지를 물어본 적이 있다. ‘중독’, ‘명예훼손’, ‘사이버 폭력’, ‘음란물’, ‘모욕’, ‘온라인 왕따’와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역기능이 나열되었다. 놀랍게도 ‘편리함’, ‘정보 검색’, ‘관계 형성’, ‘이동성’과 같은 장점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학교 현장에서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이용을 어떻게 차단하는가가 절박한 이슈였다.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학교 담장 밖의 주제였다. 교육부가 ‘스마트 교육’을 표방하고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정책을 발표했지만, 실제 교육부의 인터넷과 스마트 미디어 관련 정책은 역기능 해소에 모여 있는 것도 현실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딸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문제로 아내와 의견이 대립된 적이 있다. 스마트폰을 사게 되면 학업에 지장이 있고, 음란물에 노출되거나, 중독에까지 이를 수도 있어 최대한 늦게 사줘야 한다는 것이 아내의 논리였다. 익숙하고 당연해 보이는 주장이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기술은 피할 수 없고 오히려 어릴 적부터 잘 사용하는 능력과 좋은 미디어 이용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이 대립되는 시각은 학교나 가정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부의 아동 및 청소년 미디어 정책과도 연관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인터넷과 게임을 규제하는 강력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청소년보호법이 대표적이다. 한 예로, 이 법에는 만 16살 미만의 청소년에게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안 된다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포함되어 있다. 현재 이 법안은 청소년의 문화 향유권을 제한하고, 공적인 게임등급제의 규제 논리와도 상충하며, 게임 중독 예방 효과가 거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위헌성 논쟁과 실효성 차원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의 강력한 정서적 지지를 얻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은 후속 세대를 위한 국가와 사회의 의무이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가져오는 부작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현상들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기술의 양면적 외부효과를 모두 고려하지 않고 부정적인 차원에만 집중하고 있어 안타깝다.

청소년의 인터넷 및 스마트폰 이용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중요 정책 중에는 ‘더 안전한 인터넷 프로그램’이 있다. 이 정책의 부제는 “아동의 온라인 이용에 자율권을 주고 보호하기”라고 돼 있다. 부제에 있는 모순되는 것 같은 두 단어는 인터넷의 양면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유럽연합의 균형 잡힌 시각을 반영한다.

2012년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수행한 “아동의 안전한 인터넷 활용을 위한 유럽 전략” 사업에는 모든 유럽연합 안 학교들이 아동들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활용 능력)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아동들이 자기 책임감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자각시키는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 정책의 근간에는 ‘유럽의 디지털 시민 양성’이라는 대정책이 깔려 있다. 디지털 기술을 효과적으로 잘 쓰게 만드는 것이 미래 유럽의 가치를 창출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처럼 사회문제를 쫓아가는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다. 기본적인 청소년들의 인터넷 활용 능력을 길러주고, 외부효과로 나타나는 역기능은 법과 제도 이전에 가정·학교·인터넷기업 등 시민사회의 자율 역량을 높여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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