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미디어 전망대
국정원 선거 개입으로 정당성에 하자를 안고 출발한 박근혜 정권이 민주당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15일 “민주당은 대선 무효 협박을 하지 말고 불복이면 불복이라고 분명하게 대선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본인과는 상관없다며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해왔다. 그러나 본인이 알았건 몰랐건 국정원 개입의 수혜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국정원이 개입한 목적이 여당 후보 당선을 돕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불관언의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종북좌파”의 행동을 관찰하고 대책을 강구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국정원 직원이 신분을 감추고 네티즌들 사이의 의사 교환에 개입하게 했다.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교류할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중대한 범죄행위다. 그 결과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국민의 주권 행사에 개입한 중대한 범죄다. 그래서 대학생, 교수, 일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한 선거 결과에 항의 시위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대통령은 한마디 해명도 하지 않아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분신인 이정현 수석이 문제점을 제기한 야당더러 선거 결과를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 따지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집권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의 행동으로 보인다.
조·중·동의 행동은 더욱 실망스럽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민주 국가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런 선거는 무효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선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삐뚤어진 정치문화”에 젖어 있다고 공격을 가한다. 보수 권력과 유착한 보수 언론의 모습이다.
조·중·동은 또 아이디 몇백 개와 클릭 몇천 개로 선거 결과가 달라지느냐면서 국정원 개입이 문제가 있지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우긴다. 그러나 ‘오유’의 추천이 10개, 100개를 넘어선다면 그 글을 읽는 사람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돼 투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을 잊고 있다. 이런 효과를 막기 위해 국정원 “일꾼”들이 추천수가 10개 또는 100개가 돼 ‘베스트’에 오르지 않도록 부지런히 ‘반대’를 클릭한 것이 아닌가? 오유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그것을 보는 네티즌이 7만~8만명에 이를 수도 있다. 만약 선거 이틀 전인 12월16일 밤 11시, 국정원 직원이 댓글 단 증거가 없다는 심야 거짓말 기자회견이 없었고 다음날 조·중·동과 텔레비전이 경찰 발표를 근거로 야당을 일제히 공격하는 보도를 내보내지 않았더라면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는 외국 인터넷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물론 숫자화는 불가능하지만.
국정원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런 선거는 무효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의 개입과 선거 전야 경찰의 거짓 수사 발표 그리고 조·중·동의 편파 보도가 없었더라면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추리가 가능하다. 문제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너무 늦게 이뤄져 그 사이에 불법 요인을 안은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해버린 것이다.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대결한 2000년 미국 대선과 비슷한 상황이다. 청와대와 민주당,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시민들 사이에 예상치 못한 아마겟돈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긴장감을 느낀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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