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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저축은행·대학…종편 출범때 무차별 투자 유치

등록 2013-07-16 19:53수정 2013-07-16 22:48

‘방통위 심사자료’ 일부 공개
각각 100∼200개사 투자자로 모아
채널A에 고려대 등 11곳 투자약속
미래저축은행도 100억 약정 드러나
출판사 다수 TV조선 투자 눈길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가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출범시키면서 대기업, 중견기업, 저축은행, 출판사, 대학, 유명인 등 규모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각각 100~200개사의 투자자를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조·중·동의 2010년 말 종편 승인 심사 자료를 보면, 동아일보가 최대주주인 <채널에이>는 231개의 법인과 개인한테서 자본금 4076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쪽이 낸 투자 확약서에는 김찬경 회장의 거액 횡령·배임 사건이 불거지고 4월에 파산한 미래저축은행이 100억원을 투자한다고 돼 있다. 미래저축은행은 실제로는 46억원을 투자했다. 역시 부실 저축은행으로 지정돼 매각된 제일저축은행도 30억원 투자를 확약했다. 최 의원은 “채널에이가 무리하게 자본잠식 위험이 있는 금융사까지 끌어들였다. 소액 저축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25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정한 다함이텍은 허위 공시 논란 속에 2년 연속 매출이 50억원을 밑돌았다는 이유로 4월에 상장이 폐지됐다.

채널에이에는 고려대·이화여대·한양대·한국외대 등 대학법인 11곳이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드러났다. 교육 사업을 하는 대학법인들이 수익 전망이 밝지 않은 종편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는 대목이다. 이 방송에는 전 조계종 총무원장인 월주 스님 등 종교계 인사와 임권택 감독, 배우 안성기·강수연씨, 가수 조용필·조영남씨, 탤런트 전원주·선우용여씨, 축구 선수 설기현·이영표씨 등 유명인들도 다수 투자를 약속했다.

중앙일보가 만든 <제이티비시>는 자본금 4220억원에 111개사로 주주가 구성됐다. 이 종편은 일본 <텔레비아사히>가 130억원, 일본 고단사가 50억을 투자하는 등 외국 미디어 기업 4곳이 참여했다. 제이티비시에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매각된 토마토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20억원과 15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조선일보가 127개 법인·개인한테서 3100억원의 자본금을 모은 <티브이조선>에는 투캐피탈(465억원), 대한항공(300억원), 부영주택(170억원) 등의 대형 투자자들이 있다. 티브이조선에는 나남·북이십일·문학동네·문학수첩·민음사·샘터사·열린책들·지경사 등 출판사들이 5천만원에서 10억원까지 투자를 약속한 점이 눈에 띈다.

중복 투자를 약속한 곳도 적지 않다. 녹십자·리바트·성우하이텍·엔씨소프트·이엑스알코리아·파리크라상·카페베네·한양대 등이 복수의 종편에 투자를 서약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중소기업청장으로 내정됐다가 보유 주식 매각 문제에 걸려 물러난 황철주씨가 대표인 주성엔지니어링도 체널에이와 제이티비시에 30억원씩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종편에 투자한 한 기업의 전직 관계자는 언론사와의 관계를 위해 ‘보험용’으로 투자를 결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당시 (투자하라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다른 데도 많이 하니까 해야 되지 않겠냐’는 등의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종편을 소유한 신문의 기자들이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섰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기자가 금액까지 명시해 투자를 요청했다. 그 기자와의 관계도 있고 해서 응했지만, 흔쾌히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임지선 권오성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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