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식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3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한국방송>(KBS)의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견해를 말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 인터뷰
국정원 관련 소극보도 비판했다고
담당간부 보직해임 공영성 뒷걸음
보도국장 직선제 도입 등 서둘러야 거의 100% 가까이 올리는 인상안
내부 논의없이 지도부 독단결정 잘못 <한국방송>(KBS) 이사회가 3일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800원으로 갑절 가까이 올리는 안을 여당 추천 이사들 단독으로 상정한 데 대해 야당 추천 이사진 등이 ‘불법 상정’이라고 반발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한겨레>는 취임 전부터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을 지원하고 나선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달리 경영 효율화와 공정성 회복 등 인상의 전제 조건을 강조하는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을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언론인 출신의 언론학자로서 야당 추천으로 방통위원이 된 김 부위원장은 “지난 국회에서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이 (한국방송 기자의)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으로 좌절됐지만, 공영성을 높이기 위해 수신료를 올려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았다고 본다”며, 자신도 수신료 인상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이번에 한국방송 경영진이 추진하는 인상안의 절차나 방향이 잘못됐고,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할 정당성도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방송 내부에서는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서는 늘 모두 한목소리였다. 하지만 이번 길환영 사장 체제에서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신료 인상안을 제출하기 직전의 조직 개편에서 1본부·3국·9부가 신설돼 “수신료 인상이 거론될 때마다 인원 축소 등 구조조정을 언급한 것과는 다른 방향”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티브이비평 시청자 데스크> 프로그램이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자사의 소극적 보도를 비판한 뒤 담당 국장과 부장이 보직 해임을 당한 것도 거론하며 “조직 규모는 확대하고 공영성은 뒷전인 꼴인데 누가 (시청료 인상을) 납득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에서 심도 깊은 논의와 조율을 거친 것이 아니라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인상안을 결정한 뒤 언론을 통해 밖에서부터 외곽 때리기 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준조세인 수신료의 인상은 국민 부담 최소화 원칙을 견지해야 하기 때문에 인상 폭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이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삼은 인상안은 내년부터 월 4300원으로 올리고 2년 뒤 500원을 추가 인상하는 1안과 내년부터 바로 4800원으로 올리는 2안이 있다. 그는 “담배 한 갑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100% 가까이 올리는 것은 조세 저항이 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광고 축소 계획에 대해서도 광고가 없는 1텔레비전과 광고가 실리는 2텔레비전의 회계 분리도 안 된 상태라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개 법인이 자의적으로 국민 세금을 좌우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에 방통위 산하에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수신료 산정위원회’를 설치해 적정한 수신료와 광고 축소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광고 매출을 연 2000억~2600억원 줄이겠다는 한국방송의 계획은 보수 신문들이 만든 종합편성채널들의 먹거리를 마련해주려는 포석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의 선결 과제는 공정성 회복이다. 이를 위해 보도국장 직선제나 임명동의제 채택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담당간부 보직해임 공영성 뒷걸음
보도국장 직선제 도입 등 서둘러야 거의 100% 가까이 올리는 인상안
내부 논의없이 지도부 독단결정 잘못 <한국방송>(KBS) 이사회가 3일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800원으로 갑절 가까이 올리는 안을 여당 추천 이사들 단독으로 상정한 데 대해 야당 추천 이사진 등이 ‘불법 상정’이라고 반발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한겨레>는 취임 전부터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을 지원하고 나선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달리 경영 효율화와 공정성 회복 등 인상의 전제 조건을 강조하는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을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언론인 출신의 언론학자로서 야당 추천으로 방통위원이 된 김 부위원장은 “지난 국회에서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이 (한국방송 기자의)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으로 좌절됐지만, 공영성을 높이기 위해 수신료를 올려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았다고 본다”며, 자신도 수신료 인상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이번에 한국방송 경영진이 추진하는 인상안의 절차나 방향이 잘못됐고,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할 정당성도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방송 내부에서는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서는 늘 모두 한목소리였다. 하지만 이번 길환영 사장 체제에서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신료 인상안을 제출하기 직전의 조직 개편에서 1본부·3국·9부가 신설돼 “수신료 인상이 거론될 때마다 인원 축소 등 구조조정을 언급한 것과는 다른 방향”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티브이비평 시청자 데스크> 프로그램이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자사의 소극적 보도를 비판한 뒤 담당 국장과 부장이 보직 해임을 당한 것도 거론하며 “조직 규모는 확대하고 공영성은 뒷전인 꼴인데 누가 (시청료 인상을) 납득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에서 심도 깊은 논의와 조율을 거친 것이 아니라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인상안을 결정한 뒤 언론을 통해 밖에서부터 외곽 때리기 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준조세인 수신료의 인상은 국민 부담 최소화 원칙을 견지해야 하기 때문에 인상 폭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이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삼은 인상안은 내년부터 월 4300원으로 올리고 2년 뒤 500원을 추가 인상하는 1안과 내년부터 바로 4800원으로 올리는 2안이 있다. 그는 “담배 한 갑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100% 가까이 올리는 것은 조세 저항이 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광고 축소 계획에 대해서도 광고가 없는 1텔레비전과 광고가 실리는 2텔레비전의 회계 분리도 안 된 상태라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개 법인이 자의적으로 국민 세금을 좌우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에 방통위 산하에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수신료 산정위원회’를 설치해 적정한 수신료와 광고 축소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광고 매출을 연 2000억~2600억원 줄이겠다는 한국방송의 계획은 보수 신문들이 만든 종합편성채널들의 먹거리를 마련해주려는 포석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의 선결 과제는 공정성 회복이다. 이를 위해 보도국장 직선제나 임명동의제 채택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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