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의 투쟁 다룬 ‘1975’ 출간
해직기자·유족 글 25편 실어
해직기자·유족 글 25편 실어
1975년 유신 독재에 항의하다 강제해직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의 이야기 <1975>(인카운터)가 출간됐다.
동아투위는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의 기자·피디·아나운서 등 언론인 160여명이 1975년 3월17일 사쪽에서 동원한 폭력배들에게 밀려 회사 밖으로 쫓겨나면서 결성되었다. 이들 가운데 50여명은 회사 회유와 권력의 압력으로 복귀했고, 113명은 박정희 유신 독재정권에 맞서 ‘자유언론’ 수호를 위한 싸움을 38년째 이어가고 있다. 하루아침에 펜과 마이크를 빼앗긴 이들은 정보기관의 끊임없는 감시와 미행, 구속·연행과 고문 속에 재취업까지 방해받으며 팍팍하고 고된 삶을 살아왔다. 당시 평균 연령 33살이었던 이들은 어느새 백발이 성성한 70대로 변했다. ‘일제 강점기 36년보다 더 긴’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거리의 언론인’이 된 이들은 사회적 이슈마다 굵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아투위의 뿌리는 1974년 10월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언론통제를 위해 언론사에 중앙정보부 기관원을 상주시키고 있었다. 동아일보 기자들은 이날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한 뒤 유신 독재정권이 자행하고 있는 인권 유린과 민주화운동 탄압을 적극적으로 폭로하기 시작했다. 중앙정보부는 그해 연말부터 동아일보사의 신문·방송·잡지 등에 광고를 싣지 못하게 하는 광고탄압에 나섰다. 경영난에 몰린 사쪽은 정권의 요구에 굴복하여 농성중이던 언론인을 강제 추방하게 된 것이다.
113명 가운데 이미 18명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이들의 사인에 대해 “옥고, 고문 후유증, 생활고, 정신적 스트레스 등 하나같이 박정희 유신 독재와 동아일보사 경영진의 야합이 빚어낸 강제해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제해직 뒤 회사 앞에 도열하여 날마다 항의시위를 벌일 때만 해도 이들은 해직 기간이 이렇게 길 줄은 몰랐다. “다른 직종에서 문간방의 나그네로 떠돌면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본디 일로 돌아가리라 믿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에게 재취업의 벽은 높기만 했다.
이 책은 투옥중에 딸의 결혼식을 맞은 윤활식 전 <한겨레> 전무 등 동아투위 위원 18명과 해직 두 해 만에 돌아간 아버지를 그리는 이주헌 미술평론가 등 유족 3명, 이해동 목사를 비롯한 동아투위 벗들의 소회 등 모두 25편의 글이 실렸다. 이해동 목사는 ‘반유신운동의 보루’인 한빛교회 목회 시절부터 동아투위와 한평생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이명박 정부 때 400여명의 언론인이 해직을 포함해 중징계받은 언론 현실 속에 동아투위가 큰 힘이 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래부 새언론포럼회장은 “긴 운동을 통해 많은 경험과 지혜가 쌓인 동아투위는 지금 사회적 약자가 소외되는 현실 속에 다른 시민사회단체에 목소리를 보태는 든든한 동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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