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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궁지몰린 김재철
이번에도 버틸까

등록 2013-02-01 20:09수정 2013-02-01 22:31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지난해 10월16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지난해 10월16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감사원 고발당한 MBC사장 거취는
과거 전력 볼때 사퇴 가능성 낮아
박 당선인쪽·방문진 대응 주목

감사원 ‘공금 유용’은 조사 안해
민주 “국회 요구 부응못해” 지적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은 국가기관한테서 고발당하고도 공영방송 사장직을 유지할 것인가.

감사원이 1일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한 감사 결과를 확정하고 김 사장을 고발하자 입지가 좁아진 김 사장의 거취에 언론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 사장은 세 차례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의 자료 제출을 거부해 감사원법 50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이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행위다.

■ 끝나가는 정권 허물 털고 가기? 감사원의 이번 발표는 최근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와 맞물려 현 정권의 잘못을 털어낸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감사원은 방문진에 대해 김 사장과 임진택 문화방송 감사에 대한 “적절한 제재 조처 방안을 강구하라”고도 통보했다. 김 사장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것으로, 적극적으로는 해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쪽에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동안 방문진에서 김 사장의 해임안이 두 번 부결된 것은 청와대나 박 당선인 쪽과 통하는 여권 추천 이사들의 반대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방문진의 여권 추천 이사 일부도 해임 움직임에 동참하다가 박 당선인 쪽과 접촉한 뒤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문화방송 노조는 감사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김 사장이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경영·관리 능력에 흠결이 있음을 국가기관이 입증한 것으로 방문진이 후속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제 박근혜 당선인이 답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박 당선인은) 오직 언론인의 양심을 지키려 했다는 이유로 일터를 빼앗긴 해직 언론인들의 처절한 요구, 낙하산 사장을 퇴출시키라는 수많은 시민들의 피 터지는 외침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인지 하루속히 답하라”고 요구했다.

7일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한 후속 조처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사실이 확인되면 자리를 떠나겠다고 공언하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의 ‘처리’ 문제도 다뤄질 예정이다. 김 사장과 함께, 그를 비호해 온 김 이사장의 거취도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른 것이다.

■ 김 사장 버티기에 새 정권 대응 주목 하지만 김 사장이 여러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노조원들을 대량 징계하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여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버티기를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감사원 감사 결과도 지적하듯 김 사장은 노조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 움직임뿐만 아니라 문화방송의 상급기관이라고 할 방문진의 요구도 무시하는 자세를 보였다. 지난해 노조가 ‘김 사장이 호텔 이용료로만 수억원을 사용하고, 여성용 귀금속을 구입하는 등 업무와 무관하게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방문진이 출석을 요구했지만 여러 차례 출석하지 않았다. 문화방송 쪽은 자체 감사에 대한 추가 자료를 내라는 방문진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감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법인카드의 구체적 사용처와 사용 목적 등을 소명하지 않은 채 “사장의 업무 스타일”이라는 등의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감사 과정에서도 감사원과 방문진이 법인카드 자료 등을 요구했지만 계속 제출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잇따라 불출석해 최근 벌금 800만원에 약식기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열쇠’를 쥐었다고 할 청와대와 박 당선인 쪽에서 가시적 변화의 기류는 감지되지 않는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방문진의 문화방송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건 행정적인 문제로 본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문화방송이 정상을 되찾아가는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대쪽에선 김 사장을 당장 잘라야 한다지만 청와대는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박 당선인은 언론 문제는 언론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 당선인 주변의 일부 인사들은 김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개인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 “부실 감사” 지적도 이번 감사는 국회가 감사를 요구한 취지에 부응하지 못하고 형식적 결과만 내놨다는 비판도 나온다. 감사 요구의 배경인 김 사장의 공금 유용 의혹 등을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금도 파헤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방송 노조는 지난해 김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과 무용가 정아무개씨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자세히 폭로했지만, 감사원은 이런 자료에 바탕을 둔 조사 결과도 내놓지 않았다.

감사 요구를 주도한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아무것도 감별해내지 못한 ‘물 감사’에 불과하다. 자료 제출을 안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감사원의 결론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본회의 결의로 감사를 요청한 국회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민주당과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숙의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유선희 안창현 손원제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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