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조작·표절 의혹 눈감아
“방통위 직무유기” 비판 거세
“방통위 직무유기” 비판 거세
공영방송 이사장에 ‘부적격 인사’들이 연이어 선임되면서 검증을 소홀히 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문화방송>(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한국방송>(KBS) 이사 후보자 공모를 진행했다. 방통위는 자천·타천으로 신청한 151명 가운데 방문진 이사 9명과 한국방송 이사 11명을 선임·추천했다. 그러나 박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김재우씨가 방문진 이사장에 연임되고 학력 조작 등의 의혹을 받는 이길영 전 감사가 한국방송 이사장에 선임되자 공영방송 이사회의 도덕성과 신뢰에 큰 흠집이 생겼다. 문제 인물을 거르지 못한 방통위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방송 새노조는 지난달 30일 이길영 이사를 추천한 방통위를 대상으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이길영씨는 학력 변조 의혹, 정권 편향 이력 등으로 공영방송 이사에 부적합한 인물로서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수 있는 충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다. 방통위가 재량권을 남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문화방송 노조 서울지부 대의원들도 10일 결의문에서 방통위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들도 지난달 말 한국방송 결산심사 보고 때 “방통위의 직무유기로 공영방송 위상이 추락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사회 각 분야 대표성 및 전문성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거나, “논문 표절은 이사 자격과 상관없는 문제”(이계철 방통위원장)라는 등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두 방송 이사장들에 대한 의혹이 최종 확인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구체적 심사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방송의 독립성을 수호할 수 있는 인물인지 등을 엄격히 따질 기초 자료나 기준이 없다 보니 정치권에서 요구한 인물을 그대로 수용하는 거수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결국 형식은 공모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권력의 ‘내정 인사’였다는 말이다.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은 “공영방송이 추구할 가치나 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이사 인선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방통위가 심사기준을 잡아 정치권에 제대로 주문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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