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쪽 “임기에는 변화없다”
29일로 152일째를 맞은 <문화방송>(MBC) 노조의 파업 사태가 해결의 물꼬를 텄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방송사 사장 퇴진 문제는 정당이 개입할 게 아니다”라며 여야의 물밑 의견 접근이 곧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의 퇴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으나, 김 사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과 문화방송 노조 쪽에서는 8월 초 구성될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새 이사진이 방송 정상화를 위해 나선다는 얘기는 곧 사장 퇴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한다. 방문진 이사는 대통령·여당·야당이 각각 3명씩 추천하는 관행에 따라 여야 추천 이사들이 합심하면 문화방송 사장을 해임할 수 있다. 문화방송 노조는 여야의 의견 수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김 사장은 불명예 해임을 당할 것이냐, 스스로 용퇴할 것이냐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는 김 사장의 퇴진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새 이사진이 꾸려지면 김 사장은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판단에는 김 사장 퇴진 운동이 범사회적 양상을 띠면서 박근혜 의원의 대선 가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방송 노조는 업무 복귀 여부 검토에 들어갔다.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방송 정상화를 위해 조기 복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노조원들의 총의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방문진 이사진 개편 전이더라도 7월27일 개막하는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업무 복귀를 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에게 공이 넘어갔다고도 할 수 있다. 새 방문진 이사진의 판단을 기다리느냐, 그 전에 자진 사퇴 형식을 취하느냐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화방송 사쪽은 이날 ‘특보’를 통해 “방문진 이사진이 새로 구성돼도 2014년까지 보장된 사장 임기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태도다. 문화방송 노사는 이날 파업 152일 만에 첫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으나 20분 만에 끝났다.
문현숙 선임기자, 성연철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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