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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의 낙하산사장 반대”…지역MBC 5곳, 출근저지

등록 2012-05-01 20:56

<대구문화방송> 노조와 미디어공공성연대 등 대구경북 시민단체들이 지난 26일 대구문화방송 신임 사장으로 차경호 전 기획조정본부장이 내정된 데 대해 항의하는 집회를 열어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퇴진과 차경호 내정자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대구문화방송 노조 제공
<대구문화방송> 노조와 미디어공공성연대 등 대구경북 시민단체들이 지난 26일 대구문화방송 신임 사장으로 차경호 전 기획조정본부장이 내정된 데 대해 항의하는 집회를 열어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퇴진과 차경호 내정자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대구문화방송 노조 제공
대구, 제작거부도…경남·원주·전주·제주 반발
시민단체 “지역방송 말살 의도” 노조지지 뜻
창원·진주 이어 충주·청주 통폐합 논란 ‘고개’
<문화방송>(MBC) 지역사들이 김재철 사장의 측근인사 사장 임명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공정방송 복원과 낙하산 사장 퇴진을 내걸고 문화방송 서울 본사 노조와 연대해 파업중인 대구·경남·원주 등 5개 지역 문화방송 노조들은 ‘낙하산의 낙하산 인사’라며 신임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19일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 고민철 경영지원본부장, 정경수 글로벌사업본부장 등 자신의 최측근 인사 3명을 각각 대구·원주·경남 문화방송 사장으로 내려보내는 것을 포함해 대대적인 지역사 사장단 인사를 강행했다. 지난 23일 주주총회에서 대구문화방송을 제외한 사장단 인사가 승인됐다. 대구문화방송은 절차상 필요한 서류 미비로 아직 주총이 열리지 않은 상태다.

지역사 구성원들은 김 사장이 중앙과 지역의 동반 상생과 지역사 자율경영 원칙을 외면하고 일방통행의 친위체제를 구축하려 ‘낙하산의 낙하산 인사’를 강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차경호 전 본사 기획조정본부장이 사장으로 내정된 대구문화방송의 반발이 가장 거세다. 보도국 간부 15명이 보직을 사퇴하고 노조 조합원 120여명과 함께 23일부터 제작거부를 하고 있다. 밤 9시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는 지역뉴스 없이 진행되고, 피디들이 제작해온 정규 지역 프로그램들은 모두 중단됐다. 서울에서 송출하는 프로그램으로만 방송이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문화방송 노조는 26일부터 차경호 사장 내정자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권창모 노조 위원장은 “현 박영석 사장이 자사(대구문화방송) 출신으로 이제 두 번째 사장이었는데, 임기 중에 교체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차경호 내정자 인사를 철회하지 않으면 출근저지 투쟁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시민단체들도 “이번 낙하산 인사는 지역방송 말살 의도”라며 노조 투쟁에 지지를 표명했다. 대구민주교수협의회, 대구경북미디어공공성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10여개 시민단체는 26일 성명에서 “지난 수십년 동안 행해졌던 낙하산 사장 인사로 인한 폐해와 문제점이 쌓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투쟁을 통해 최근 ‘지역인물 출신 사장’ 시스템을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청와대 낙하산 출신인 김재철 사장이 자신의 측근들을 ‘낙하산’ 방식으로 임명하여 지역 언론마저 장악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 진주와 창원 문화방송 통폐합으로 탄생한 경남문화방송도 인사 회오리가 심하다. 본사 비서실장과 글로벌사업본부장을 지낸 정경수 신임사장은 24일 창원, 25일 진주 사무실로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에 저지당해 정상 출근을 하지 못했다.

원주문화방송 노조도 24일부터 본사 경영지원본부장 출신인 고민철 사장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의 최측근을 내려보낸 것은 지역사의 자율경영과 지역성을 침해한 것이라는 점에서 내부 반발이 크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으로 사장실에 들어가지 못한 채 회사 밖에서 팀장들을 불러 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와 제주문화방송 노조도 26일부터 신임사장 사퇴를 촉구하며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역사들의 사장 인사 반발에 대해 이진숙 본사 기획홍보본부장은 “인력수급은 특정지역 출신 여부로 하는 게 아니라 전체 그룹 차원의 인사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지역사 구성원들의 일부 저항이 있으나 조만간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의 지역사 사장 인사 후폭풍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진주·창원 통폐합 이후 수면 밑으로 들어갔던 광역화에 대한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문화방송 광역화(통폐합)를 실적으로 내세워 온 김 사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지역사 사장단 회의에서 진주·창원 통폐합 뒤 시너지가 발휘돼 경영 실적이 좋아졌다며 충주와 청주 문화방송 광역화를 꺼내들었다. 김 사장은 당시 충주문화방송 소주주들의 지분(49%)을 6월까지 매입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사들은 여론다양성과 지역 민주주의, 진주·창원 통폐합 후유증 등을 들어 광역화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남두용 진주방송 노조위원장은 “진주·창원 통합 이후 창원 쪽에 뉴스가 편중되고 서부경남 소식은 축소보도되어 진주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낙하산 인사를 계기로 지역방송의 공영적 소유구조 법제화와 지역성 강화를 위한 논의를 공개적으로 시작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정상윤 경남대 교수는 “서울 본사가 대주주라고 해서 지역주민과 지역사 구성원들의 의견에 반하는 인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역사 사장 인사는 지역성 구현과 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해 먼저 지원을 받아 공개 심사 등 합리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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