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책임자평가제 묶고
MBC, 보도국장책임제 바꾸고
YTN, 보도국장추천제 없애
MBC, 보도국장책임제 바꾸고
YTN, 보도국장추천제 없애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YTN)은 2003년 9월 노사가 단체협약을 맺어 ‘보도국장 복수 추천제’를 도입했다. 보도국 구성원들이 투표로 3명을 뽑아 추천하면 사장이 이 가운데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 방송사는 공기업 지분이 절반을 넘는다. 사장 선임에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도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도국장 추천제를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느닷없이 2009년 8월초 폐기됐다. 이명박 대통령 대선캠프 특보였던 구본홍 사장이 물러난 뒤 사장대행을 하고 있던 배석규씨가 계파별 줄서기 문화 등 폐해가 크다며 사장 임명제로 바꾼 것이다. 배 대행은 추천제로 선임된 보도국장을 마케팅국장으로 인사조처하고 경영관리실장을 새 보도국장으로 임명했다.
현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방송의 불공정 보도가 논란을 빚게 된 주요한 배경은 현 정권의 방송사 사장에 대한 무리한 ‘낙하산 인사’다. 이들 친정부 성향 사장들은 취임 이후, 80년대 언론민주화 운동 이후 노사간 협약으로 마련된 공정방송 담보 장치들을 하나 둘 허물거나 있으나마나한 존재로 만들었다. 와이티엔의 보도국장 추천제, <문화방송>(MBC)의 국장책임제, <한국방송>(KBS)의 보도책임자에 대한 중간평가제, 노사간 공정방송협의회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이후 문화방송, 한국방송, 와이티엔 등의 노조원들이 파업에 나선 데는 공정보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회사내 제도적 장치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은 취임하던 해인 2010년 국장책임제를 본부장책임제로 바꿨다. 사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회사 임원인 본부장이 보도 책임자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장의 입김이 보도 쪽에 더 잘 먹힐 수 있게 된다. 문화방송은 5공시절, 정치권 외압을 차단해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국장책임제를 도입했다.
‘낙하산 사장’은 노조의 보도 책임자에 대한 중간평가 결과에도 귀를 닫았다. 지난 1월 한국방송 노조와 새노조가 합동으로 치른 고대영 보도본부장의 중간평가 투표에서 불신임이 70%가 넘었다. 불신임이 3분의2를 넘은 경우는 처음이었다는 게 새노조 쪽의 주장이다.
그런데 사쪽은 고 본부장 후임으로 이화섭 당시 부산총국장을 임명했다. 이 인사가 이번 새노조 파업의 빌미가 됐다. 보도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부장을 불신임했는데 과거 권력추종적 행태를 보여 원천적으로 공정보도가 불가능한 인사를 후임에 앉혔다는 게 새노조 쪽 주장이다. 중간평가로 드러난 구성원들의 의지를 아예 묵살했다는 항변이다. 사쪽은 노조 주장을 “경영권에 대한 훼손”이라고 반발한다.
노사간 단협내용을 보면 중간평가에서 불신임이 과반을 넘으면 인사조처를, 3분의2를 넘으면 해임을 사쪽에 요구할 수 있다.
노사가 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그 결과를 보도에 반영해 온 공정방송위원회와 같은 틀도 크게 약화됐다.
문화방송 노·사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에 대한 편파보도건으로 공정방송협의회에서 마주앉았다. 여기서 김재철 사장도 보도가 공정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노조는 책임을 물어, 보도본부장·보도국장·정치부장 등 3명의 보직변경을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지난 1월 김문수 경기지사의 ‘119 통화’ 논란 보도가 누락되자 노조가 다시 공방협을 요구했다. 이 방송사의 공방협 운영규정에 따르면, ‘보직변경건으로 재차 공방협에 회부되었을 경우 사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노조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보도 간부 3명의 보직 해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김 사장은 출장 등을 이유로 들며 공방협 개최를 피했다.
한국방송의 공정방송위원회도 공정보도를 위한 실질적 논의보다는 비생산적인 입씨름으로 귀착되는 게 대분분이었다고 새노조 쪽은 밝혔다. 최경영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 간사는 “2월 첫째주 여야간 대비되는 보도가 <뉴스 9>에서 5일 연속 나갔다. 여당은 쇄신과 안정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반면 야당은 논란·파열음 등 분열과 혼란의 이미지만 보여줘 불공정하다고 봤다. 하지만 사쪽은 날짜를 늘려서 모니터해보자는 식으로 물타기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배재성 홍보실장은 “야당을 비판하기 위한 리포트가 아니었다. (당시 보도는) 총선을 앞두고 기계적으로라도 양적인 균형을 맞춰 다룬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낙하산 사장이 인사권을 휘두르거나 단협안을 묵살하면 방송사내 최소한의 공정방송 보장 장치들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며 “본부장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직선제나 동의제가 도입되어야 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방송법을 통한 제도적 보장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아빠의 30대 여친에게 20대 딸이 보내는 편지
■ “전 법무비서관도 최종석 증거인멸 지시 진술말라고 해”
■ 도요토미 히데요시 “나는 태양의 아들…조선의 국왕이여 알현하라”
■ 세종시 민주당 주자 이해찬? 한명숙?
■ 정치인들, ‘머리 나쁜’ 새 만큼만 따라 해라
■ 아빠의 30대 여친에게 20대 딸이 보내는 편지
■ “전 법무비서관도 최종석 증거인멸 지시 진술말라고 해”
■ 도요토미 히데요시 “나는 태양의 아들…조선의 국왕이여 알현하라”
■ 세종시 민주당 주자 이해찬? 한명숙?
■ 정치인들, ‘머리 나쁜’ 새 만큼만 따라 해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