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악순환 궤도’ 오르나
출범 한 달 4곳 광고비 320억
1월 120억·2월엔 80억원으로
단가도 지상파 70%→25%선
출범 한 달 4곳 광고비 320억
1월 120억·2월엔 80억원으로
단가도 지상파 70%→25%선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이 프로그램 조기 종영, 제작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외주 제작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데는 저조한 경영 실적이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종편 4곳이 2010년 12월 사업 승인신청 때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살펴보면, 5년간 제작비 8800억원 투자(엠비엔), 제작비 84.8% 외주사에 투입(채널에이), 5년간 외주업체에 5347억원 투자(티브이조선), 2015년까지 연 광고매출 4000억대 달성(제이티비시) 등의 장밋빛 목표가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15일로 출범 106일째를 맞은 종편들의 경영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일단 시청률이 0.3~0.4%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광고주들은 효과가 적다며 종편 광고를 꺼린다.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의 ‘2011년 매체별 총광고비’ 자료를 보면, 종편 4사가 개국한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4사의 총 광고매출은 320억원이었다. 시청률 자료가 없을 때인데다 개국 전에 공세적 직접영업을 펼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광고매출은 4사 합쳐 1월 120억원, 2월 80억원 선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개사당 월 20억~30억원 선이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종편은 지금 최악이다. 대기업들은 종편 개국 이후 도와줄 만큼 도와준 것 아니냐는 인식이 퍼지면서 종편 광고를 점차 줄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단가 변화도 경영 상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종편들이 직접광고에 뛰어든 지난해 10월엔 지상파 광고단가의 70%를 요구했다. 그러나 개국 뒤 시청률이 0%대를 이어가면서 단가도 25% 선까지 내려앉았다. 이마저 무의미한 숫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가와 관계없이, (기업이 임의로) 책정한 예산에 같은 광고를 여러차례 틀어주는 식으로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종편사가 대부업과 상조회 광고를 싣는 데 대해 대기업 광고주들이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광고전문가는 “백화점에서 파는 상품과 길거리에서 파는 물건을 함께 내놓을 수 없지 않으냐는 게 대기업 광고주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가 펴낸 ‘종편 개국과 방송시장의 변화’ 보고서는 “현재와 같이 부진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시청률 하락→광고매출 하락→제작비 감축→투자 위축→시청률 재하락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도 “종편이 선순환과 악순환 궤도 어느 쪽으로 진입하느냐가 방송가의 관심사였는데 후자에 접어드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종편의 한 관계자는 ‘제작비 축소’를 두고 “콘텐츠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범위에서 제작비 낭비요인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