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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공판’ 연합기사가 익명으로 나간 까닭은…

등록 2012-03-08 11:53수정 2012-03-08 13:59

데스킹서 검찰 일방적 주장·공판엔 없던 내용 실어 ‘마사지’
기자들 “내 이름 못넣겠다”…MB 특집기사는 낯뜨거울 지경
노조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파업 찬반 투표 시작
2010년 3월15일 <연합뉴스> 사회부 법조기사에서 난데없이 ‘법조팀’이라는 익명기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사건과 관련해 <연합뉴스>의 기사는 이후 검찰팀 이름으로 보도됐다.

<연합뉴스> 노조(지회장 공병설)는 7일 발행한 노보특보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통해 그 배경에는 편집국 간부들의 기사 마사지와 기자들의 항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보는 “연합뉴스의 한명숙 사건 공판기사는 공정성 측면에서 부끄러운 기록”이라고 한탄하고 “공판에서 나오지 않은 내용을 검찰의 입맛대로 기사에 넣는다거나 피고인(한 대표)을 유죄로 단정하는 것같은 기사가 연거푸 송고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발한 현장기자들은 “이런 왜곡기사에 내 이름을 못 넣겠다”고 저항하자 결국 한 대표 공판기사는 정체모를 ‘법조팀’으로 기사가 송고됐다는 것이다. 한 대표쪽 변호인은 “연합뉴스는 믿을 수 없다. 연합 기자는 상대하지 않겠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특보는 회사 간부에 의한 대표적인 ‘마사지’ 기사로 4개의 기사를 꼽았다.

‘파사현정, 한 전 총리에 중형 구형’(2009년 4월2일) 기사는 징역 5년을 구형한 검찰쪽의 의견진술을 그대로 제목에 반영한 사례이다. 특보는 “데스크가 이 사자성어를 제목에 쓰고 싶었다면 검찰의 입에서 나온 것이므로 직접 인용부호를 써야 했다”면서 “이 기사는 파사현정의 뜻을 친절히 풀면서 피고인은 ‘사’이고 검찰은 ‘정’으로 단정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가 ‘사’로 지적한 한 대표는 현재 2심까지 모두 무죄를 받았다. 사쪽도 지난달 노사 편집위원회에서 ‘잘못된 데스킹(회사 간부가 일선기자의 기사를 보완 수정하는 행위)’을 인정했다.

‘검 “곽영욱 진술 신뢰성 확인후 조사착수”’(2010년 3월15일) 기사는 익명의 기사가 등장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기사이다. ‘한명숙 수사’가 서울시장 선거에 임박해 정치적 표적 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는데 이를 무마하기 위해 검찰이 주문한 기사로 보인다는 게 노조쪽 주장이다. 돈을 줬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여러 합리적인 정황이 나와서 불가피하게 수사에 착수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실어준 것이는 지적이다. 노조는 “데스크는 현장기자의 기사를 1시간 넘게 고친 끝에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공판기사에 섞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타사 기자들도 “연합기사에는 공판에서 안나온 말도 섞여 있어 믿기 어렵다”고 강한 불신을 보였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이밖에 “곽영욱, 한명숙에 1천만원대 골프채 건네”(2010년 1월 26일), ‘한명숙 피고인 신문도 거부…재판 파행”(2010년 3월31일) 등도 대표적인 편파기사라는 게 노조쪽의 주장이다.

2010년 8월22일 이명박 정부 2년6개월을 맞아 <연합뉴스>가 특집으로 내보낸 ‘이명박 정부 반환점’ 시리즈 기사도 낯뜨거운 기사이자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으로 꼽혔다. 모두 15개 꼭지를 채운 이 특집기사는 참여정부 때의 2년6개월 특집 기사 5꼭지, 국민의 정부때의 7꼭지에 비해 분량 자체가 과도했다고 노조는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제목만 보면 마치 한국사회가 2008년 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국제적 위상이 제고되고 국내적으로 매우 안정된 듯한 평온한 분위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특보는 “내용에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분이 적지 않다”면서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파고를 특유의 현장경제 경험과 배수의 진을 친 전력투구…”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끝모를 나락에 빠질 위험에서 건져내기 위해 비상정부를 선포하고 과감하고도 신속한 정책결단을 내림으로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수렁에서 탈출한 국가로 만들었다”

“정부는 토착비리, 교육비리, 권력형비리를 ‘3대비리’로 규정해 사정의 칼을 빼들었고, 덕분에 오랫동안 숨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됐음에도 근절하지 못했던 교육계의 부정부패를 파해쳐 개혁의 발판을 마련했다”

노조는 “공정보도를 지키기 위해 노사간 마련된 편집위원회에 노조쪽 대표가 2010년 9월 참여중단을 선언한 배경에도 이 기사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연합뉴스 특집기사는 “편향의 극치를 달렸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고 특보는 지적했다. ‘닻올린 4대강’(2009년 9월) ‘긴급진단 : 4대강’(2010년 5월) ‘4대강 지금은’(2010년 8월) 등 관련 특집은 환경파괴 논란을 일부 다루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정부를 선전하는 데에만 열중했다고 노보는 혹평했다.

노조는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얻었다”면서 “잃은 것은 상식과 신뢰요, 얻은 것은 각성과 투쟁”이라며 일그러진 자화상을 공개한 까닭을 설명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불공정 보도의 책임자로 지적한 박정찬 사장이 지난달 29일 사장으로 다시 내정됨에 따라 7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연합뉴스는 13일까지 투표에서 파업결의 찬성을 얻어낼 경우 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연합뉴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지난 1989년 편집국장 복수추전제 등을 놓고 파업한 이후 23년만이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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