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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파업 기자들의 ‘MBC 제대로 뉴스’가 떴다

등록 2012-02-13 21:20

지난달 30일부터 파업중인 <문화방송>(MBC) 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김재철 사장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서 김 사장 사진이 담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전단지를 나눠주며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달 30일부터 파업중인 <문화방송>(MBC) 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김재철 사장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서 김 사장 사진이 담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전단지를 나눠주며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노조원 개인장비로 제작, 이상득 ‘영일목장’ 등 보도
4일만에 36만 조회 대박…회사선 경위서 제출 요구
13일로 파업 3주째에 접어든 <문화방송>(MBC) 기자들이 만드는 ‘제대로뉴스데스크’가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9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17분짜리 첫회가 나흘 만에 조회수 36만회를 넘겼다.

누리꾼들은 “엠비시 <뉴스데스크>에서 이런 뉴스를 보고 싶다”며 에스엔에스(SNS)와 블로그 등을 통해 이 프로그램을 퍼뜨리고 있다.

첫회엔 이명박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비판대에 올랐다. 김재철 사장 체제의 엠비시에선 상상도 하기 힘든 아이템이다. 이 의원의 가족 소유 목장 근거리에 남이천 입체교차로(IC) 터가 들어서면서 주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현장을 찾아 취재했고, ‘박근혜 언론개혁 의지 있나’라는 제목으로 정수장학회 재단에 맞선 <부산일보> 노조의 투쟁, 이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터를 매입하면서 부동산 실명제를 위반한 사실 등을 보도했다.

지난 25일부터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카메라와 마이크를 내려놓은 엠비시 기자들은 착잡하면서도 고무된 반응이다. 20여명으로 구성된 제대로뉴스제작단에 참여하고 있는 한 기자는 “뉴스데스크 이름에 제대로를 붙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착잡하다”면서도 “시청자들의 반응에 기자들이 고무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뉴스데스크 발제에서 ‘잘린 것’이나 가슴속에만 쌓아뒀던 것을 취재했다. (제작단에) 자원하는 기자들이 늘고 있다.”(또다른 기자)

기자들은 이번의 시도가 한풀이식 권력비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대론 된 방송저널리즘이 구현해야 할 뉴스 생산과 전달의 모범을 보여주는 데 방점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몇년 문화방송 뉴스는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민감한 사안들은 걸러내는 등 편파·왜곡 보도를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현실에 대한 반성이 이번 실험의 토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작에 참여하는 또다른 기자는 “이런 뉴스를 만들 수 있는 공정한 방송국을 만들기 위해 지금 파업중이다. 일부 누리꾼들이 권력에 대한 좀더 매서운 비판을 주문하기도 하지만, 그간 소홀히 다뤄왔던 약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뉴스의 외형을 넓혀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 ‘후배 기자’는 제대로뉴스를 통해 팩트(사실)의 힘을 절감했다고 고백했다.


“보도국에 남아계신 선배들이 기자는 팩트로 이야기하는 직업이라고 했다. 팩트로 얘기했을 때 힘이 어떤 것인지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팩트로 얘기하는 게 정상이 될 때까지 복귀 안할 것이다.”

현재 제대로뉴스제작단은 방송사 장비와 자료화면, 편집장비 등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기동성과 현장성이 요구되는 뉴스제작에 주로 쓰이는 이엔지 카메라 대신 개인 소유의 6㎜ 카메라로 찍고 있다. 편집프로그램도 개인 피시에 깔아서 돌리는데, 용량이 적고 편집속도가 느려 편집이 ‘꼬일’ 때도 많다고 한다. 한 제작진은 “기술적인 것만 해결되면 더 많은 뉴스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교양피디들은 ‘파워업 피디수첩’ 첫 방송을 이번주 중 띄울 계획이다. 첫 주제는 ‘정권의 언론장악 어떻게 이뤄졌나’이다.

사쪽은 13일 첫 방송에서 리포트한 기자 5명한테 다음날까지 보도국장에게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문자를 보도운영부장 이름으로 보냈다. 노조는 경위서 제출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재훈 노조 민주언론실천위 보도부문 간사는 “특정인만 징계를 받지 않도록 앞으로 방송에서 기자들이 전원 리포트하며 맞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단의 한 기자는 “솎아내기 인사와 아이템 검열을 해온 경영진이 모처럼 공정방송을 즐겁게 하고 있는 기자들에게 징계 협박을 가하며 간섭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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