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호 편집국장과 조민제 사장 퇴진,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40일째 파업중인 <국민일보> 노조 조합원들이 31일 낮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노조, 불신임 편집국장·비리혐의 사장 퇴진 등 요구
40일째 파업에 이탈 없어…사쪽 “노조 사과가 먼저”
40일째 파업에 이탈 없어…사쪽 “노조 사과가 먼저”
지난해 12월 23일 시작한 <국민일보> 노조 파업이 31일로 40일째를 맞았다. 노조는 김윤호 편집국장과 조민제 사장 퇴진,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제작거부를 하고 있으나 사쪽은 대화 뜻을 보이지 않고 있어 파업이 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업은 조합원 145명 가운데 113명이 참여하고 있다. 파업 참가자는 7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자들이다. 이 회사의 부장급 포함 전체 기자는 160여명이다. 이에 따라 지면이 4~8면 축소 발행되는 등 제작이 파행을 겪고 있다.
파업 조합원들은 오전엔 사내 집회를 열고, 오후엔 국민일보 소유주인 국민문화재단 이사들을 방문해 사쪽의 대화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편집국 차장 이하 평기자 중 제작 참여자는 14명뿐이다. 사쪽은 부족 인력을 메우기 위해 비서실과 판매국 등 타국에 전보된 기자 출신들을 편집국으로 배치해 현재 50~60명으로 신문을 만들고 있다.
노조의 직접적인 파업 명분은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이다. 노조는 기본연봉 5% 인상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종편 출범에 따른 광고 축소 등 재정 어려움을 내세워 1%안(호봉 자동인상분 2.5% 제외)으로 맞서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파업기간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파업 참가자들은 지난 1월 설 연휴를 빈 월급봉투로 보냈다. 파업 초기 1명이 업무 복귀했을 뿐 파업 참가자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편집국장 평가투표 결과 편집국 기자 75.2%의 불신임을 받은 김윤호 편집국장이 계속 직무수행을 강행하는 데 대한 기자들의 분노도 파업의 큰 이유다. 편집국장 평가투표제는 노사 단체협약으로 2009년 도입됐다. 2009년과 2010년은 모두 재적과반 불신임 기준에 4표씩 미달됐다. 파업 참여중인 한 정치부 기자는 “그간 3차례 평가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신임받은 두 국장도 스스로 사퇴했는데 이번엔 20%의 신임 표도 얻지 못한 국장이 버티는 데 대한 공분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삼규 경영전략실장은 “1년에 한번씩 편집국장을 교체하다 보니 편집권 불안정 등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불신임 투표 결과는 인사권자가 참고할 사항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노사 갈등은 파업 이전부터 골이 깊었다. 노조 쪽에서 개인비리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조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자 회사는 지난해 10월 조상운 노조위원장을 해고했다가 지방노동위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조 위원장은 아직 사쪽의 복직 결정을 통보받지 못한 상태다. 노조 쪽은 국민일보가 조용기 회장과 조민제 사장 일가의 사유물처럼 취급돼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편집국 기자는 “사쪽이 요구하는, 납득할 수 없는 기사 판단과 방향에 적당히 눈감고 살아온 데 대한 뼈아픈 반성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신문을 제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신문 파행 발행을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조 사장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파업 뒤 신문이 더 잘 나온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자 노조 쪽은 “지하철 무가지처럼 <연합뉴스> 기사를 베끼며 신문이 망가지는 것을 모른다는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노조는 언제든 대화를 하겠다는 태도다. 조 위원장은 “회사가 대화를 재개해 임단협이 타결되면 언제라도 파업을 접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쪽은 강경하다. 위원장 등 노조간부 5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 20일 고소까지 했다. 최삼규 실장은 “사장 퇴진이나 비난 구호 등에 대해 노조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전제되지 않는 한 대화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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