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나가수·PD수첩 등 결방 가능성 높아
“위에서 내리꽂는 프로그램 많아져” 불만 팽배
“위에서 내리꽂는 프로그램 많아져” 불만 팽배
<문화방송>(MBC) 노조가 30일 오전 6시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앞서 기자들의 제작거부로 뉴스 제작이 파행을 빚은데 이어 예능 등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제작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문화방송 노조는 시사교양과 라디오 부문뿐만 아니라 예능 분야 피디 조합원들도 전원 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부터 <나는 가수다> <무한도전> 등 간판 프로들이 결방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문화방송이 자체 제작하는 프로그램들이 파업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전망이다. 예능쪽에선 간판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와 <무한도전> 등이, 시사쪽에서도 역시 간판격인 <피디수첩>이, 드라마에선 현재 최고 인기인 <해를 품은 달> 등 노조원 피디들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해당된다. 결방 가능성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은 <피디수첩>으로, 당장 31일 방송이 제대로 나갈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제작 일정상 방송 전날부터 자막과 그래픽 등 마무리 작업을 하고 방송 직전까지 확인작업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외주 제작이지만 내부 인력이 많이 참여하는 일일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도 결방 가능성이 크다.
외주업체에서 제작하거나 외부 인력이 제작에 많이 참여하는 <세상을 바꾸는 퀴즈>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등은 파업에 돌입해도 외부 피디들이 대체 투입될 예정이어서 결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내부 인력이 제작하지만 야외촬영 없이 스튜디오에서 찍기 때문에 대체 인력 투입이 가능한 <놀러와>도 바로 지장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인기 높은 드라마 <빛과 그림자>와 시사 프로그램 <엠비시 스페셜>도 비노조원들이 많아 방송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엠비시에서 부장급 포함 예능 피디는 62명이다. 이번 파업에 조합원인 피디 50명이 모두 참여한다. 이들이 강한 결속력을 보인 이유는 김재철 사장 체제 이후 예능 쪽 자율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류 관련 기획 등 위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주문이 늘었다는 것이다. 김 사장 퇴임 뒤 비판적인 시사교양프로그램들이 줄어들면서 예능쪽 업무 부담도 크게 늘었다. 시사 프로그램 <뉴스 후>가 폐지된 자리에는 <주병진 쇼>를, <더블유>를 폐지한 자리엔 <위대한 탄생>을 만들었지만 예능쪽의 인력보강은 없었다고 한다.
강지웅 노조 사무처장은 “<코이카의 꿈> <위대한 탄생> 등 경영진이 위에서 내리꽂듯 지시해 결정된 프로그램들이 많아 피디들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은 노조쪽과 대화에 나설 뜻은 비치지 않고 있다. 이진숙 문화방송 홍보국장은 “사장 퇴진을 앞세운 건 명백한 정치파업이자 불법파업이므로 엄정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재철 사장은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간 상황에서 일본에서 열리는 한류 패션쇼에 참석하고 28일 귀국한 뒤 서울 여의도 방송국을 비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파업 첫날인 30일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새 드라마 <무신> 제작발표회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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