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등 보수신문은 2008년 기사와 칼럼을 통해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의 배임을 기정사실화하거나 의혹을 부추겼다. 당시 정 전 사장의 배임 의혹을 다룬 보수신문의 보도들.
검찰수사땐 공세적으로
혐의 기정사실화하다가
‘불리한 판결’ 나오자 조용
조선은 아예 한줄도 안써
혐의 기정사실화하다가
‘불리한 판결’ 나오자 조용
조선은 아예 한줄도 안써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12일 무죄 확정 판결을 내린 뒤 정 전 사장은 ‘정치검찰’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책임을 물었다. 당시 정 전 사장의 해임 공작에 가담한 국가기관들이 많았으나 그 가운데 무리하게 기소를 밀어붙인 검찰과 해임을 주도한 최 위원장의 책임이 크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책임을 물을 대상은 국가기관뿐일까?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면, 이른바 조·중·동 등 보수신문도 책임을 피해가기 힘들다. 대법원 확정판결 뒤 <조선일보>는 이 뉴스를 다음날 신문에서 한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짧게 보도했다. 4년 전 검찰의 배임 수사 국면에서 보였던 하늘을 찌를 듯한 공세적 논조와는 대조를 이룬다.
검찰이 2008년 8월21일 정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내세운 논거는, 한국방송이 1심 재판에서 이겨 2448억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었는데도 정 전 사장이 연임을 목적으로 적자를 메우려고 2심 재판부의 조정을 받아들여 556억원밖에 돌려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인 게 연임을 하기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범죄 행위로 둔갑한 것이다. 당시 한국방송 이사회가 정 전 사장의 해임을 제청하면서 주요하게 내세운 이유도 바로 이 배임 혐의였다.
조·중·동은 정 전 사장의 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기사와 사설을 검찰 기소 이전부터 쏟아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 결정에 이들의 논조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론을 피해가기 힘든 배경이다.
“케이비에스 정연주씨, 사장 더 하려 국민에게 1500억 손해 끼쳤나.” 조선의 7월19일치 사설 제목이다. 조선은 이 사설에서 “정(연주)씨의 행위는 국민에 대한 배임이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공영방송 사장 자리에 계속 놓아둘 수 있겠는가”라고 썼다.
동아도 배임 의혹에 힘을 싣는 기사를 양산했다. 한국방송 전 노조위원장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쓴 “세금환급 소송 취하해 적자 메울 줄은 몰랐다”(7월4일치)를 시작으로 △ ‘수천억대 배임 의혹’ 검찰 수사 힘실려(8월6일치) △“세금 1000억 환급 가능” 케이비에스 문건 확보(8월13일치) △“배임 액수 너무 커 사기업 사장이면 구속감”(8월14일치) △“배임액수 커 5년 이상 징역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적용(8월21일치) 등의 기사로 정 전 사장의 배임 의혹을 부풀렸다.
중앙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신문이 7월22일치 사회면 3단으로 처리한 기사의 제목이 “정연주 사장, 자리 지키려 1784억 포기”였다. 정 전 사장에게 비판적인 한국방송 공정방송노조의 성명(정 사장 ‘배임 혐의’ 진상을 벗긴다)을 비중있게 다룬 것이다.
아예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주문하기도 했다. 정 전 사장이 검찰의 네번째 소환에 불응하자 “검찰마저 불법을 불법으로 보지 않고,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는다면 무너진 법치는 영원히 세울 수 없는 것”(조선 7월1일치 논설위원 칼럼 ‘검찰총장의 절제와 품격’)이라며 사실상 강제구인을 주문했다. 8월5일치에 같은 필자가 쓴 칼럼(눈치보기는 검찰 중립 아니다)에선 “이번 수사는 언뜻 봐서도 일반적인 수사와 다른 모습”이며 “검찰은 피의자가 3차례 소환에 불응하면 즉각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붙잡아왔다”며 “기소해버리면 되는데도 머뭇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사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피의사실을 보도할 때 완전히 죄인이라고 기정사실화해서 인격살인을 했다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구석에 살짝 감춰 내거나 무시하는 행태는 나쁜 언론의 전형적인 왜곡”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조 취재 관행이 법원 판결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검찰이 던져주는 먹이만 갖고 기사를 써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조·중·동은 준사법기관을 자임하며 정략적 판단에 따라 결과를 예단하는 보도를 한다”며 “진실 여부에는 관심 없고 유불리를 계산해서 불리하면 ‘무보도 전략’을 쓴다”고 비판했다. 이날 조선일보 사회부의 한 데스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4년 전 비중있게 보도한 사안의 무죄 확정판결을 왜 보도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나는 할 말이 없다. 회사 쪽에 물어봐라”고만 답했다. 회사 쪽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아예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주문하기도 했다. 정 전 사장이 검찰의 네번째 소환에 불응하자 “검찰마저 불법을 불법으로 보지 않고,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는다면 무너진 법치는 영원히 세울 수 없는 것”(조선 7월1일치 논설위원 칼럼 ‘검찰총장의 절제와 품격’)이라며 사실상 강제구인을 주문했다. 8월5일치에 같은 필자가 쓴 칼럼(눈치보기는 검찰 중립 아니다)에선 “이번 수사는 언뜻 봐서도 일반적인 수사와 다른 모습”이며 “검찰은 피의자가 3차례 소환에 불응하면 즉각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붙잡아왔다”며 “기소해버리면 되는데도 머뭇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사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피의사실을 보도할 때 완전히 죄인이라고 기정사실화해서 인격살인을 했다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구석에 살짝 감춰 내거나 무시하는 행태는 나쁜 언론의 전형적인 왜곡”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조 취재 관행이 법원 판결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검찰이 던져주는 먹이만 갖고 기사를 써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조·중·동은 준사법기관을 자임하며 정략적 판단에 따라 결과를 예단하는 보도를 한다”며 “진실 여부에는 관심 없고 유불리를 계산해서 불리하면 ‘무보도 전략’을 쓴다”고 비판했다. 이날 조선일보 사회부의 한 데스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4년 전 비중있게 보도한 사안의 무죄 확정판결을 왜 보도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나는 할 말이 없다. 회사 쪽에 물어봐라”고만 답했다. 회사 쪽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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