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가구당 재송신비 100원” 지상파 “280원” 맞서
1500만 가구 피해…MBC·SBS로 확대될 가능성도
1500만 가구 피해…MBC·SBS로 확대될 가능성도
케이블티브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스오)들이 16일 오후 3시부터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의 아날로그 및 디지털방송 재송신을 전면 중단하면서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를 보는 1500만 가구 시청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케이블 방송 쪽은 송출 중단을 지속할지 여부에 대해 17일 오전 구체적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케이블티브이재송신비상대책위 쪽은 이날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상파가 콘텐츠 재전송 대가 산정 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고 방통위도 중재에 적극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씨제이헬로비전이 간접강제 집행금으로 지상파에 지불해야 할 돈이 100억원을 넘어서 방송 송출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케이블 에스오 가운데 씨앤앰(300만 가구 가입)만 디지털은 중단하고 아날로그 방식의 프로그램 송출을 유지했고(광고는 송출 중단), 다른 에스오는 디지털·아날로그 모두 중단했다. 케이블 가입 1500만 가구 가운데 1200만 가구가 아예 한국방송 2채널 시청이 봉쇄된 것이다.
케이블 쪽은 한국방송 2채널 재송신을 먼저 중단한 뒤 지상파와의 협상 추이에 따라 <문화방송>(MBC)과 <에스비에스>(SBS) 채널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블 쪽은 한국방송 2채널을 먼저 중단한 이유로, 공영방송인 한국방송은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어 재송신 대가를 지불할 경우 케이블 가입자에게 추가 부담이 된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최정우 케이블비대위 정책티에프팀장은 “수신료로 운영되는 한국방송까지 재송신이 유료화되면 시청자들에게 이중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의 김동렬 지상파재송신비대위 팀장은 “간접강제 청구 대상인 씨제이헬로비전과 합의서 서명 직전까지 (협상이) 진전됐는데 나머지 케이블 업체들이 (가세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상파 3사와 에스오들은 지난해 10월 서울고법이 에스오인 씨제이헬로비전에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중단하라는 간접강제 결정을 내린 뒤 재송신 대가 산정 문제를 놓고 협상을 해왔다. 지상파 쪽은 가입자당 280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에스오 쪽은 100원 이상은 안 된다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방통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저녁 8시까지 송출을 재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와 과징금 550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의결했으나 케이블협회 쪽은 중단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케이블로 지상파를 봐온 시청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방송 게시판에는 “시청자를 봉으로 보고 있다”(백아무개씨)는 등의 항의글이 잇따랐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시청자를 볼모로 케이블과 지상파가 대가산정이라는 돈 싸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석현 서울와이엠시에이 시청자시민운동본부팀장은 “시청권 침해가 예견된 사안에 대해 방통위가 중재를 잘못해 중단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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