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노조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사옥 1층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문화방송노조 제공
사쪽, 투표 주도한 기자 ‘앵커 경질’ 이어 인사위 회부 통보
기자회, 비대위 구성…노조 “인적쇄신 안하면 파업 응수”
기자회, 비대위 구성…노조 “인적쇄신 안하면 파업 응수”
<문화방송>(MBC)이 보도간부 불신임 투표를 주도한 기자들에 대해 징계라는 강경카드를 내놓으면서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쪽은 10일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 불신임안 투표를 주도한 박성호 기자회장과 양동암 영상기자회장 등 2명을 오는 17일 오전 인사위에 회부하겠다는 방침을 노조에 통보했다. 사쪽은 전날엔 박 회장을 <뉴스투데이> 앵커에서 교체했다.
불신임을 받은 보도간부들이 사퇴하지 않으면 제작거부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기자회는 이날 보도국 기자들로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제작거부 방식과 범위 등 투쟁방안을 논의했다. 비대위장을 맡은 박 회장은 “인사쇄신 요구에 17일까지 사쪽의 응답이 없으면 기자총회를 열어 제작거부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부터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 책임자에 대한 인사쇄신을 요구하며 김재철 사장 퇴진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도 기자회의 투쟁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태도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의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등을 평가하는 사내 구성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다음주 초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언론학자들에게 의뢰한 엠비정권 아래 문화방송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할 계획이다.
이 방송의 한 기자는 “박성호 앵커의 경질과 인사위 회부는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밝혔다.
사쪽 관계자는 “기자들이 패를 가르고 역량을 분산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고, 보도간부 불신임 투표 공개는 회사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규에 따라 징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와 기자회가 시사보도라인 인사쇄신을 요구하고 나선 데는 김 사장 체제에서 문화방송의 프로그램 공정성이 추락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기자회는 지난 5일 비상 기자총회를 연 뒤 다음날 낸 성명에서 “지난 1년, 엠비시 뉴스는 추락을 거듭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는 이어 엠비시 뉴스가 민감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한쪽으로 기울거나 누락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지난 4·27과 10·26 재보선 △장관 인사청문회 △한국방송 도청 의혹 △엠비 내곡동 사저 의혹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 집회 등의 사안을 거론했다.
또다른 기자는 “김문수 지사 119 전화 논란을 우리는 안 다루는데 에스비에스는 2분30초 동안 길게 다뤘다”며 “이런 게 차곡차곡 쌓여 차라리 에스비에스를 보겠다고 시청자들이 떠난다”고 말했다. 영상기자들은 문화방송을 대하는 외부 시선을 더 따갑게 느낀다. 한 카메라기자는 “황우석 사태 때 빼고는 엠비시 카메라가 환대를 받았는데 요즘은 돌팔매부터 맞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영하 노조 위원장은 “현장에서 뛰는 기자들이 성명까지 낸 것은 엠비시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커밍아웃이자 자기반성이며, 구성원들이 현재 상황을 더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것”이라며 “회사가 인적 쇄신을 하지 않으면 파업으로 응수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의 기사 누락 주장에 대해 이진숙 홍보국장은 “(중요한 이슈를) 고의로 누락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뉴스 가치에 대한 시각차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기자회의 기사 누락 주장에 대해 이진숙 홍보국장은 “(중요한 이슈를) 고의로 누락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뉴스 가치에 대한 시각차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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