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조차 마련못해…선정성 등 9건 심의
시민단체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 주장
시민단체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 주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개국 한달이 넘도록 심의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방통심의위에 지난 12월 한달간 올라온 종편에 대한 심의 안건은 모두 9건이다. 이 가운데 <채널에이>가 5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달 28일 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선정성 논란을 빚은 채널에이의 개국 특집다큐 <하얀 묵시록 그린란드>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26조(생명의 존중), 37조(충격·혐오감)를 위반했다며 권고 조처를 내렸다. 또 <티브이조선>이 방영한 미국 시트콤 <프렌즈>에 대해선 35조(성표현)와 44조(청소년보호시간대 수용수준) 등을 어겼다며 권고를 결정했다. 채널에이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지금 해결해 드립니다> 등 3건과 <제이티비시>의 드라마 <빠담빠담>은 4일 방송소위에서 의견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또 ‘에이양 동영상’을 모자이크 처리해 방영한 채널에이의 <뉴스830>과 티브이조선의 <9시뉴스날>은 27조(품위 유지) 위반 여부에 대해 방송소위에서 격론을 벌였으나 이견이 커 5일 전체회의로 안건을 넘겼다.
심의위는 종편에 대해 지상파와 다른 차별적 심의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지난해 7월 외부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원칙하에 지상파급 편성을 하는 종편에 대해 지상파와 동일한 심의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심의위 내부에선 뉴스·시사보도는 지상파 수준으로, 연예·오락은 유료방송 수준의 절충형에 무게가 실린 편이었다.
현재 심의위의 종편 심의는 매체별·채널별 특성을 고려하도록 한(방송법 32조) 기존 방송심의 규정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지상파에 견줘 느슨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심의 안건은 종편 심의를 전담하는 유료방송1팀의 모니터와 시청자의 민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정파적 성향이 두드러진 신문사가 소유한 종편은 정파적 보도를 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만큼, 방송영역이 파당적 미디어 공간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종편의 심의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방통심의위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하종원 선문대 교수는 “종편의 시청률이 지금 지리멸렬하니 연예·오락 부문은 지상파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자는 안이 힘을 얻을 수 있겠으나 이는 또 하나의 종편 특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의위는 외부에 연구를 의뢰한 최종보고서를 지난달 22일 전체회의에 보고했으며, 오는 30일 워크숍을 통해 심의위원들 간의 의견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심의위 쪽은 “워크숍 결과에 따라 명문화된 종편의 심의규정을 정립할지, 기존의 방송심의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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