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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미디어렙 법안-수신료 인상 연계를” 정치권 압박

등록 2012-01-02 21:25수정 2012-01-02 22:56

방송3사 보도본부장, 민주당 찾아가 요구
KBS는 ‘숙원’ 풀고 MBC·SBS는 광고 증가
“종편·지상파 제몫 챙기기에 국민 피해” 비판
‘편성과 광고영업의 분리’라는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법안의 근본 취지는 희미해지고 지상파 등 언론계 강자들의 자기 몫 챙기기만 요란스럽다.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3사 보도본부장은 지난달 27일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함께 찾아가 미디어렙 법안처리와 수신료 인상안 등을 연계해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민주당은 한나라당 쪽과 종합편성채널 광고영업의 렙 위탁 2년 유예, 문화방송의 공영렙 지정 등을 잠정 합의해놓은 상태였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당시 <한국방송>은 수신료를 올려 달라는 요청을 했고, <문화방송>은 자사만 공영 미디어렙의 적용을 받는 것은 차별적이란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안다”며 “김 원내대표는 방송사 간부들이 직접 찾아온 것에 대해 큰 정치적 부담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방송 3사의 보도본부장들이 찾아와 각 사의 요구사항과 민원을 이야기해 들은 바 있다. 민주당에 찾아와 압력을 넣는 상황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사의 보도본부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면담에서 3사 보도본부장이) 각 사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한국방송 쪽이 요구한 수신료 인상은 (개인적으로) 큰 틀에서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신료가 인상되면 한국방송 광고가 시장으로 흘러나와 지상파뿐 아니라 케이블 채널도 이익을 누린다”고 덧붙였다. 문화방송은 이날 자사의 공영미디어렙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법안이 현행대로 통과하면 헌법소원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무효화 싸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로 영산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문방위 법안심사소위 통과 안을 보면) 공영 미디어렙 적용사는 한국방송과 문화방송·교육방송 3곳이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 광고가 축소되면 결국 공영렙은 문화방송 중심의 1사1렙 형태를 취하게 되고 에스비에스도 광고가 자사에 흘러넘어온다는 기대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방송 배재성 홍보실장은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안은 공영방송 본래의 기능을 되찾아간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문화방송이나 에스비에스도 공감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은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1000원 올릴 경우 늘어나는 재원 2000억원을 디지털 전환 등의 비용으로 사용하되, 약 400억~500억원으로 추산되는 지역방송과 라디오 방송 광고는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보도간부까지 나서 수신료 인상 등 자사 이익을 위해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놓고 언론계에서는 탄식의 목소리가 나온다. 종합편성채널의 미디어렙 위탁과 같은 방송 공공성 확보를 위한 핵심적 수단은 제쳐놓고 지상파 등 언론계 공룡의 자기 몫 챙기기로 변질해버린 미디어렙 법안 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입법기관이 공공성 보장이라는 미디어렙법의 큰 그림 위에서 정책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방송 3사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있다”며 “정치권은 지상파, 종편 등의 이해에 휘둘리지 말고, 방송산업 발전과 방송의 공적 기능이 손상되지 않도록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수신료 인상이 불쑥 끼어든 데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장지호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수신료 인상은 방송 3사와 종편에는 좋겠지만 호주머니가 털리는 국민에게는 나쁜 것”이라며 “수신료 인상안과 미디어렙법 연계 처리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는 이명박 정부 들어 공영방송인 한국방송의 중립성과 공공성이 크게 훼손되었다며 수신료 인상안 불가를 내세웠다.

문현숙 선임기자, 권귀순 이태희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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