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문화방송>(MBC)이 지난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만든 <피디수첩> 제작진 5명에 대해 정직 3개월에서 감봉 3개월까지 중징계를 내린 사실이 알려지자 방송사 안팎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사쪽은 3년여 법정공방 끝에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은 피디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을 대상으로 지난 19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다음날인 20일 징계 결과를 개별 통보했다. 사쪽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3년 전 이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 사과 결정을 했고 이에 따라 사과방송까지 했기 때문에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당시 피디수첩 제작진이나 노조의 견해는 다르다. 조능희 당시 책임피디는 “2008년 심의위 결정 자체가 오류투성이였다는 판단에 따라 당시 재심 신청을 요구했으나 회사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다른 프로그램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2008년 언론관계법을 비판적으로 다룬 <뉴스후>도 방통심의위의 사과명령을 받았으나 사쪽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 바 있다.

무더기 중징계에 대해 피디들을 포함해 내부 구성원들은 격앙 분위기이다. “언론 스스로 언론을 징계하는 상황” “권력 눈치보기일 뿐 아니라 내부 겁박용” “김재철 사장이 권력에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언론과 언론인의 역할을 저버린 행태”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이들은 이번 징계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도 “정부 정책을 감시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정신이고 공적 역할임을 대법원이 인정하여 내린 무죄 판결인데 이를 무시한 문화방송의 처사는 굴종의 문화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쪽에선 당사자들과 함께 재심 청구에 들어갈 계획이다. 재심은 7일 안에 청구할 수 있다. 정직 3개월 중징계 처분을 받은 조능희 시사교양국 피디는 재심 청구 대신 바로 부당징계 무효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피디는 “인사위에 출석해 1시간 동안 징계의 부당성을 이야기했는데도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을 보면 재심에서도 달라지기 힘들 것”이라며 “불의와 비리에 당당히 맞서 싸우는 피디수첩 정신으로 다시 돌아와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피디협회는 20일 ‘우리 모두는 피디수첩 제작진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오직 자신들을 임명한 정권의 입맛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가 유일한 판단 잣대로, 정권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피디수첩을 본보기로 삼아 언론 자유를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이번 무더기 중징계를 비판했다. 노조는 이번 중징계에 외압이 개입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노사 협상 자리에서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언급은 계속 하면서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합리적 근거는 대지 못했다”며 김 사장의 의중에 따른 징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은 이번 사죄방송과 제작진 징계가 누구의 압력 때문에 이뤄진 것인지 공개하고 공영방송의 수장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