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영향력 앞세운 직접영업으로 매출 극대화
지역신문·방송등 작은 매체 흔들…다양성 위기
지역신문·방송등 작은 매체 흔들…다양성 위기
한국의 광고시장은 지난 2006년부터 5년 동안 8조원 안팎에서 고정되어 있다. 경기에 따라 소폭 오르내림이 있을 뿐이다. 한국 매체들의 광고 수주 경쟁을 한정된 파이를 나눠 갖는 제로섬 게임이라 하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이 시장에 지상파처럼 종합편성을 하는 방송이 4곳이나 등장한다. 4곳이 최대 5000억원까지 광고를 빨아들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지역 신문·방송과 종교방송, 중앙의 작은 신문은 물론 지상파까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작은 매체들은 한국 언론의 다양성을 구현하는 주축이다. 이들이 무너지면 보수와 진보, 중앙과 지방 등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고 있는 여론의 생태계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종편이 직접 광고영업까지 하게 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존 방송사의 수익구조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다. 한 보도채널의 올 2분기 평균 시청률은 0.39%(에이지비닐슨미디어 집계)였다. 이 채널은 지난해 직접 광고영업을 통해 472억원의 광고매출을 올렸다. 2분기 평균 시청률이 0.31%였던 한 케이블 오락채널의 지난해 광고매출은 142억원에 불과했다. 시청률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매출은 큰 차이를 보였다. 뉴스를 내보내는 보도채널이라는 특징과 직접영업의 프리미엄이 결합됐을 때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공영 미디어렙인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해 광고를 하고 있는 지상파와 견줘도, 보도채널의 시청률 대비 광고수주액이 앞선다. 또다른 보도채널은 지난해 시청률 0.58%로 7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청률 5.51%의 <에스비에스>(SBS)는 6197억원이다. 단순 셈법이지만, 이 보도채널이 시청률 0.1%에 12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에스비에스는 112.4억원의 매출에 그친 셈이다. 이런 차이를 가져온 데는 직접영업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종편이 직접영업 방식의 공세적 마케팅을 취하면 미디어렙을 통한 광고 판매보다 매출을 10% 이상 더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고컨설팅사인 미디어클라우트의 정인석 대표는 “종편은 신문, 방송, 인터넷, 모바일까지 결합한 매체 파괴력으로 많은 광고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상파 3사는 코바코를 통해 광고를 판매한다. 광고주는 광고회사를 통해 광고가 나갈 방송시간을 구매한다. 방송사·광고주의 직거래가 아니라 코바코와 광고회사를 통한 간접 거래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는 광고주가 광고를 빌미로 비판적인 방송보도에 압박을 가하거나 방송사가 보도를 앞세워 광고를 요구하기가 어렵다. 보도와 영업 사이에 확실한 칸막이가 있기 때문이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미디어렙은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완충지대”라고 말했다. 종편이 직접영업을 하면 지상파 광고와 지역방송 등 작은 매체의 광고를 할당제 형식으로 묶어 파는 ‘연계판매’ 매출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직 미디어렙 정책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구체적으로 수치를 따질 수는 없지만, 광고재원이 직접영업 몫으로 빠지게 되면 연계판매의 대상이 되는 미디어렙을 통한 광고수주액도 줄 수밖에 없다. 현재 코바코는 지상파와 작은 매체의 광고를 묶어 팔거나, 같은 매체에서도 티브이와 라디오 광고를 함께 묶어 팔고 있다. 광고주 선호도가 높지 않은 방송과 프로그램에도 일정 액수의 광고를 할당해 여론과 장르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다. 2008년 11월 코바코 독점체제의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는 “민영 미디어렙도 중소 방송사에 대한 광고판매 대행 할당제를 위반하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방송의 공익성과 다양성 등을 들어 연계판매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서울 문화방송과 연계판매를 하는 지역문화방송 19곳의 지난해 방송광고 매출은 3010억원인데, 그중 38%가 연계판매다. 전파율에 따른 광고 배분 44%를 제하면, 자체판매는 18%에 불과하다. <강원민방> 등 지역민방 9곳의 지난해 연계판매 매출액은 335억원으로 전체의 22%에 해당한다. 지역 매체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자치단체의 홍보 예산 역시 상당 몫이 종편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역민방의 한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이나 지역 관료들이 종편 눈치를 보느라 광고 배분을 안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규 지역방송협의회 정책위원은 “종편이 직접영업에 나서면 연계판매로 얻는 지역방송 수입 감소 등을 포함해 전체 매출이 최소 30%에서 최고 50%까지 떨어지고, 문을 닫는 지역방송도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규모 케이블 장르채널들도 어려움이 가중되기는 마찬가지다. 서병호 피피협의회 회장은 “작지만 의미있는 장르 피피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더구나 종편이 직접 광고영업까지 하게 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존 방송사의 수익구조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다. 한 보도채널의 올 2분기 평균 시청률은 0.39%(에이지비닐슨미디어 집계)였다. 이 채널은 지난해 직접 광고영업을 통해 472억원의 광고매출을 올렸다. 2분기 평균 시청률이 0.31%였던 한 케이블 오락채널의 지난해 광고매출은 142억원에 불과했다. 시청률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매출은 큰 차이를 보였다. 뉴스를 내보내는 보도채널이라는 특징과 직접영업의 프리미엄이 결합됐을 때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조선·중앙·동아의 광고매출 추이
현재 지상파 3사는 코바코를 통해 광고를 판매한다. 광고주는 광고회사를 통해 광고가 나갈 방송시간을 구매한다. 방송사·광고주의 직거래가 아니라 코바코와 광고회사를 통한 간접 거래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는 광고주가 광고를 빌미로 비판적인 방송보도에 압박을 가하거나 방송사가 보도를 앞세워 광고를 요구하기가 어렵다. 보도와 영업 사이에 확실한 칸막이가 있기 때문이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미디어렙은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완충지대”라고 말했다. 종편이 직접영업을 하면 지상파 광고와 지역방송 등 작은 매체의 광고를 할당제 형식으로 묶어 파는 ‘연계판매’ 매출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직 미디어렙 정책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구체적으로 수치를 따질 수는 없지만, 광고재원이 직접영업 몫으로 빠지게 되면 연계판매의 대상이 되는 미디어렙을 통한 광고수주액도 줄 수밖에 없다. 현재 코바코는 지상파와 작은 매체의 광고를 묶어 팔거나, 같은 매체에서도 티브이와 라디오 광고를 함께 묶어 팔고 있다. 광고주 선호도가 높지 않은 방송과 프로그램에도 일정 액수의 광고를 할당해 여론과 장르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다. 2008년 11월 코바코 독점체제의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는 “민영 미디어렙도 중소 방송사에 대한 광고판매 대행 할당제를 위반하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방송의 공익성과 다양성 등을 들어 연계판매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서울 문화방송과 연계판매를 하는 지역문화방송 19곳의 지난해 방송광고 매출은 3010억원인데, 그중 38%가 연계판매다. 전파율에 따른 광고 배분 44%를 제하면, 자체판매는 18%에 불과하다. <강원민방> 등 지역민방 9곳의 지난해 연계판매 매출액은 335억원으로 전체의 22%에 해당한다. 지역 매체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자치단체의 홍보 예산 역시 상당 몫이 종편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역민방의 한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이나 지역 관료들이 종편 눈치를 보느라 광고 배분을 안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규 지역방송협의회 정책위원은 “종편이 직접영업에 나서면 연계판매로 얻는 지역방송 수입 감소 등을 포함해 전체 매출이 최소 30%에서 최고 50%까지 떨어지고, 문을 닫는 지역방송도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규모 케이블 장르채널들도 어려움이 가중되기는 마찬가지다. 서병호 피피협의회 회장은 “작지만 의미있는 장르 피피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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