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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생명도 살리는 다큐의 힘…‘제2 혁명’으로 도약할 때

등록 2011-08-22 19:39수정 2011-08-22 20:55

빌 니컬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빌 니컬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EBS 다큐영화제 온 니컬스 교수
“한국 다큐도 국제담론 동참하길”
“좋은 다큐멘터리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교육방송>(EBS) 주최 국제다큐영화제에 심사위원을 맡아 한국을 첫 방문한 빌 니컬스([♣사진♣])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샌프란시스코 캠퍼스·영화학)는 22일 다큐의 사회적 역할과 영향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다큐멘터리 이론의 최고 권위자인 니컬스 교수는 세상을 체험하는 방법을 제시한 이상적인 다큐로 <씬 블루라인>을 들었다. 살인혐의를 받고 감옥에 간 사람의 무고를 입증하려고 에롤 모리스 감독이 1988년 만든 다큐인데, 변호사들이 이 다큐를 자료삼아 재조사를 촉구하면서 사회가 발칵 뒤집히게 된다. 무고를 당한 남자가 11년 만에 교도소에서 풀려나고 다큐는 진범을 찾는 데 기여한다. 현실 세계를 변화시킨 다큐의 힘을 보여준 보기다.

 그가 2001년 출간한 <다큐멘터리 입문>은 다큐를 둘러싼 각종 논쟁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한 개론서로 전세계 영화학도와 다큐 작가들에게 ‘다큐의 교과서’로 통한다. 그는 다큐를 정의할 때 곧잘 결혼에 비유하곤 한다. 일정한 형식은 있지만 담기는 내용은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다는 측면에서다.

“다큐는 가상의 세계를 다루는 극영화와 달리 사람들이 실제 살아가는 세상을 다루며 세상을 보는 관점을 제공한다.”

그는 또 다큐 제작에서 감성적 스토리텔링이 갖는 기능을 강조했다. 환경오염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룰 때 단순히 옳다 그르다를 말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감성적 호소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스 시대 연설가나 선동가들이 자신의 관점을 담아 대중을 설득한 방법처럼 카메라 위치와 색조, 구도, 내래이션 등의 기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다큐에서 자주 논쟁거리로 떠오르는 것이 인권 침해 등 윤리적 문제이다. 그는 “다큐는 상업영화와는 달리 돈이 아니라 동의를 얻어 출연 승인을 받는데, 감독이 자신의 의도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대상을 왜곡한다면 윤리적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모든 것을 판단하여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관객들이 판단할 여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디지털 환경 시대를 맞아 다큐 제작방식도 제 2의 혁명기이다. 60년대 동시녹음이 가능해지면서 다큐 대상자들의 목소리를 쉽게 녹음하여 이전과는 다른 다큐의 편집 스타일을 펼친 뒤 50년 만이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와 블로그 등을 통해 상호 교류가 활발한 관객들의 적극성에 힘입어 다큐 제작자들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그는 한국 다큐도 이젠 국제적 담론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환경오염, 이민자 문제, 부의 재분배, 가난 등 한국이 당면한 이슈를 놓고 국제적으로 토론하고 소통하여 더 좋은 다큐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글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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