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기획단’ 발족…간부급 이미 인사 발령
지역민방 등 ‘광고 직거래 저지 투쟁’ 나서
SBS “아직 미정”…MBC도 자사렙 준비
지역민방 등 ‘광고 직거래 저지 투쟁’ 나서
SBS “아직 미정”…MBC도 자사렙 준비
<에스비에스>(SBS)의 지주회사인 에스비에스미디어홀딩스가 ‘엠아르(MR·미디어렙) 설립기획단’을 발족하고 다음달 초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에스비에스 내부에선 미디어렙을 에스비에스 자회사로 두느냐 지주회사인 홀딩스 아래 두느냐를 놓고 논쟁을 해왔는데 결국 홀딩스 주도의 자사렙으로 결론이 난 셈이다.
홀딩스가 꾸린 엠아르 설립기획단의 존재는 지난 10일 이 회사가 런던올림픽 총괄기획단 인사발령을 내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총괄기획단의 마케팅 간부로 발령받은 이두학씨가 엠아르 설립기획단 부단장을 겸임하고 있음이 사령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이 부단장은 그동안 방송계 안팎에서 에스비에스 미디어렙 부사장 내정자로 알려져왔다. 엠아르 설립기획단 단장엔 전종건 전 <오비에스> 부사장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우원길 에스비에스 사장은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미디어렙을 에스비에스와 홀딩스 중 어디 밑에 두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종편 출범 등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적극 대응해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역민영방송과 케이블방송의 피피(방송채널사용사업자)협의회 등 중소 방송사들은 에스비에스의 독자 미디어렙 설립은 사실상 직접 광고영업을 하겠다는 뜻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 미디어렙이 설립되면 에스비에스와 에스비에스 계열 피피들의 광고를 묶어파는 연계판매를 추진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케이블방송의 피피협의회는 10일 성명을 내어 “지상파 방송사들이 독자적 광고영업과 더불어 계열 피피들과의 연계판매에 나선다면 지상파의 독과점 체제는 더욱 굳어지고 일반 피피들은 광고시장에서 점점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또 “8월 국회에서 미디어렙법안을 통과시키고 이 법 입법화 때까지 (에스비에스 등이) 자사 렙 추진을 유예할 것”을 촉구했다.
에스비에스와 네트워크를 맺어 연계판매 방식으로 광고 수익을 올리던 지역민방들도 반발했다. 지역민방 노조협의회의 김대환 의장은 15일 “에스비에스는 지역민방 덕분에 전국 방송이 가능한데 자본과 중앙무대의 힘만 믿고 독자 미디어렙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며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광고 직거래를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지역민방 조합원들은 29일부터 1박2일 상경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에스비에스 노조도 “지주회사가 미디어렙까지 장악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될 뿐 아니라, 지금은 종편의 광고 직거래를 막을 ‘종편 위탁’ 입법화에 주력할 때”라고 지적했다.
에스비에스 쪽이 자사 미디어렙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광고매출 극대화에 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직접영업이 현행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를 통한 광고판매보다 10% 이상의 매출을 더 올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코바코의 한 관계자는 “에스비에스는 지난해 3월부터 (광고) 무계약 상태”라며 “언제든 튀어나갈 수 있도록 일정을 짜놓고 국회나 방송통신위에 무언의 압력행사를 하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에스비에스 쪽은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성회용 에스비에스 정책팀장은 홀딩스의 자사 렙 추진과 관련해 “종편의 직접영업 체제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준비하는 것”이라며 “코바코를 통해 에스비에스 광고는 이미 석달 전에 10월치까지 선판매된 상태”라고 밝혔다.
에스비에스홀딩스는 자사 미디어렙에 대한 안팎의 비판적 시각과 국회의 미디어렙법안 진행상황을 염두에 두고 렙 출범과 영업 시작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방송도 최근 광고영업 전문인력을 영입해 미디어렙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에스비에스의 자사 이기주의 행태는 문화방송에까지 이어져 미디어 생태계를 위험한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며 “국회도 이런 점을 간과하지 말고 미디어렙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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